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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하 회고록
그림 : 예스24, 글 : 한겨레

저항시인에서 생명사상가로 타는 목마름으로 산 60여년

한겨레 | 고명섭 기자 | 2003.07.12

시인 김지하(62)씨가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보는 회고록 <흰 그늘의 길>을 세 권으로 묶어 펴냈다. 원고지 10~20장 분량의 단편적인 회상을 수백 개 이어붙임으로써 이 회고록을 풍랑과도 같았던 지은이의 60여년 삶을 모자이크화로 완성시킴과 동시에 솔직한 고백을 통해 그의 사상의 기원·전개·변동의 계기들을 낱낱이 알려준다. 이 회고록의 출발이 된 몇 편의 글은 1991년 <동아일보>에 ‘모로 누운 돌부처’란 이름으로 잠깐 연재된 바 있다.
그러나 지은이 나름의 연유로 중단했다가 10년 뒤인 2001년 9월에야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기 시작해 지난달 30일에 대장정을 마쳤다. 그러니까, 회고록이 완성되기까지 12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회고록 집필이 중도에서 끊긴 이유를 지은이는 아버지의 행적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그때까지 엄존하고 있던 이념적 금기의 장벽 앞에서 ‘아버지는 공산주의자였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명백한 한마디가 없이는 나의 회상은 전체적으로 그 회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금기의 장벽이 어느 정도 허물어진 시절에 와서 그는 “마치 어두컴컴한 정신병동에서 어느 날 아침 문득 일어서 터덜터덜 걸어나와 바깥 오뉴월의 눈부신 신록과 비온 뒤의 광풍을 흠뻑 들이마시듯이 그렇게, 나 자신의 검열을 해제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다짐대로 글을 써나간다. 아버지의 사상과 행적이 지은이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이었음은 “미당(서정주)이 ‘애비는 종이었다’는 한마디에 그의 일생이 결정됐듯이, 내게도 이 한마디(‘아버지는 공산주의자였다’)가 나의 생애를 결정지었다고 할수도 있을 듯하다”고 말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연좌제’는 그의 의식과 발목을 옥죄는 보이지 않는 사슬이었던 것이다. 그의 회고록은 정신분열로 고통받던 인생 말년에 써낸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의 회고록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와 닮은 데가 있다. 사실적 기억과 허구적 기억을 가르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그 두 가지가 모여 지은이의 ‘내적 진실’을 이룬다는 점에서는 알튀세르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더 나아가 이 회고록에는 지은이의 시인적 영감 또는 종교적 환상이 곳곳에 스며들어 어떤 영적 풍경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대학시절 연극패의 일원으로 공연을 하러 들렀던 수원농대에서 겪은 ‘사건’이 그런 예다. 낯선 예감으로 한밤에 불현듯 달빛 비치는 농대 앞의 긴 직선의 가로수길에 나섰다가 그 길이 “지평선 너머의 저 아득한 흰 우주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본 것이다. “우주로 사라지는 흰 운명의 길”이요, 이후 40년 동안 그의 의식에 출몰해온, 그리하여 회고록의 제목이 된 ‘흰 그늘의 길’이다. 그 ‘흰 그늘’을 지은이는 “슬픔과 기쁨, 골계와 비장, 이승과 저승, 남성과 여성, 주체와 타자를 아우르고 있는” 어떤 모순적인 것들이 함께 생성하는 창조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이 회고록에서 지은이는 자신을 승리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실패자라고 말한다. ‘모로 누운 돌부처’란 “실패한 부처, 벌판에 버려져 잊힌 돌부처”를 뜻한다. 그러나 부처를 세우다 말았다 해도 그것을 깎을 때의 ‘깊고 큰 바람’은 있을 터인데, 자신의 삶이 그 바람을 보여준 것이 아니겠느냐고, 그러므로 돌이켜 생각해볼 만한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지은이는 나직이 이야기한다. 회고록 후기 맨 앞에 쓴 “내가 그리 오래 살 것 같지는 않다”는 지은이의 육성이 예삿말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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