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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목 (2006-05-26 03:13:33, Hit : 10854, Vote :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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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05] 봉건제도와 종법제도
논어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래도 차근차근 가야겠습니다. 중국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서 논어를 제대로 알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나라와 춘추전국시대를 이해하기 위핸 키워드는 봉건제도와 종법제도입니다. 공자가 그렇게 구현하고 싶었던 이상적인 형태가 바로 주나라 초기의 종법제도에 바탕을 둔 봉건제였으니까요.

중원의 큰집, 작은집 (봉건제도와 종법제도)

상나라를 물리친 주나라는 제후들에게 땅을 분배합니다. 건국의 1등 공신인 강태공은 제|齊|나라, 무왕의 동생인 주공 단에게는 노|魯|나라를 떼어 줍니다.
제후란 천자가 떼어준 땅을 다스리는 천자의 친인척 귀족을 말합니다. 말이 제후이지 실제로는 작은 왕이었습니다. 천자가 땅을 떼어주는 것을 분봉|分封|이라 하고, 그 땅을 봉토|封土|라고 합니다. 이렇게 천자가 중심이 되고 그의 혈연 친척들에게 지역을 나눠 다스리게 한 주나라의 제도를 봉건제도|封建制度|라고 합니다.
그러나 건국 공신들만 제후로 임명한 것은 아닙니다. 아직 남아 있는 고대 성왕, 이를테면 신농, 황제, 요, 순의 자손들에게도 땅을 나눠 줍니다. 순의 자손에게는 진|陳|의 제후에 봉합니다. 멸망당한 상나라 후손들도 배려합니다. 상나라 후손에게는 송|宋|을 내어줍니다. 그러나 망한 나라의 떠돌이 백성을 보는 시선은 싸늘했나 봅니다. 고사성어 중에 송양지인|宋襄之仁|이니 수주대토|守株待兎|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다름 아닌 송나라 사람입니다. 송양지인은 송나라 양공이 초나라와 싸우는데, 먼저 공격하여 이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제공격은 정정당당하지 않다고 거부하다가 결국은 패하고 만 이야기를 말합니다. 송나라 양공이 베푼 어리석은 인|仁|이라는 뜻입니다. 수주대토는 너무나 잘 알려진 고사입니다. 어느날 우연히 토끼가 나무를 들이받고 죽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본 농부가 일은 하지 않고 토끼가 또 달려와 죽기만을 기다렸다는 뜻입니다. 이 농부도 송나라 사람입니다. 상나라가 정벌한 하나라의 후손들에게는 기|杞|의 제후로 삼았습니다. 기우|杞憂|는 하늘이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매우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킵니다. 기우는 곧 기나라 사람의 어리석은 걱정이라는 뜻입니다. 나라가 망한 것도 서러운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렇게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얘기를 다시 돌려, 원래 봉건제도는 주나라 국가체제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씨족·혈연 관계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의 땅을 나누어 다스린 방법입니다. 서울과 경기도는 천자가 직접 다스리고, 첫째 동생은 경상도, 둘째는 전라도, 외삼촌은 강원도, 뭐 이런 식입니다. 원래 경기|京畿|라는 말은 천자가 있는 곳으로부터 500리 이내의 지역으로서, 천자가 직접 다스리는 곳을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기도라는 말에도 이런 말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때 동생과 외삼촌 등이 제후|諸侯|에 해당되고 그들이 다스리는 곳을 제후국이라고 합니다. 주나라 초기에 분봉된 제후국은 70여 개나 되었습니다. 여러자치주가 모여 하나의 나라를 이루는 미국처럼 일종의 연방제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방제이긴 하지만 천자의 나라 주나라가 중심에 있습니다.

봉건제도는 종법제도|宗法制度|에 의해 유지되었는데, 이 때의 종|宗|자는 흔히 종가|宗家|라고 할 때의 그 종자입니다. 종가 또는 종갓집은 한 문중에서 맏이로만 이어 온 큰집을 말합니다. 그래서 종갓집은 한 문중의 대표이며 최고였습니다. 이것을 나라로까지 확대하면, 주나라는 중국 전체의 종갓집이고 나머지 제후국은 작은집인 셈입니다. 명절 때 모두들 큰집으로 모여 조상의 제사를 지내듯이, 천자가 필요로 할 때 제후들은 그 뜻을 따라야 했습니다. 주나라의 종법제도는 매우 엄격하였습니다. 제후국은 천자의 뜻에 따라 군대를 파견하기도 하고, 성과 궁전을 쌓을 때는 반드시 사람을 파견하여 일을 도와야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업무를 보고해야 했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신하를 파견하여 문안을 해야 했습니다.
종갓집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최초의 시조로부터 계속해서 맏이의 맏이로만 이어져 내려온 집안을 대종|大宗|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둘째 아들의 집안은 어떻게 될까요? 셋째네 집안은? 이렇게 맏이를 제외한 나머지 집안은 그 뿌리를 찾기가 복잡해 고조·증조·할아버지·아버지·아들까지 5대조만 묶었습니다. 그 안에서 대표를 소종|小宗|이라고 했습니다.
훗날 공자가 보기에는 주나라의 이런 체제가 무척 안정되고 이상적으로 보였나 봅니다. 그의 평생의 과업은 주례|周禮|를 복원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리는 것이 어디 가능한 일이었겠습니까? 주나라의 종법제도가 무너지고 봉건제도가 무너진 것이 어디 사람들의 마음이 사악해져서였겠습니까. 예의가 사라졌기 때문이겠습니까.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듯이, 아무리 혈연 관계라고 해도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의 사람에게 더 정이 가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시간이 흐르면서 혈연 관계가 복잡하면 복잡해질수록 이 종법제도에 기반한 봉건제도는 점차 그 구심점을 잃어가게 됩니다. 중앙으로 모이는 구심력은 약해지고, 뛰쳐나가려는 원심력은 점점 강해집니다. 명목상 중심만 있고 나머지는 다 뛰쳐나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세상이 오게 됩니다. 천자가 모이라고 해도 모이지 않습니다. 이 시기를 춘추시대라고 합니다. 전국시대가 되면 중심 자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봐야 오십보백보입니다. 그래서 묶어서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내일 또 이어집니다...)

송영복
봉건제도가 원래 주나라에서 비롯된 것이군요. 부끄럽지반 처음 알았습니다.
어렵지 않게 중국의 역사를 설명해주시니 고맙습니다.
 2006/05/26 09:00:26   

박재인
기우라는 말에 그런 뜻이 담겨있었군요. ㅎㅎ
나라가 망하니 백성들도 우둔하게 생각되나 보죠. 그 말 함부로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나라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듯한 말이라서.
 2006/05/26 09:07:18   

김서진
중국역사를 참 쉽게 설명하시네요.
중국역사서 하나 추천해주세요. 초보자에게 적합한 것으로요^^
 2006/05/26 09:34:43   

손병목
비단 중국 역사뿐만 아니라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참 흥미진진합니다. 일찌감치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공부해가면서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게 됩니다.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6/05/26 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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