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손병목의 독서노트

유쾌한 인간관계

참 오랜만에 독서노트를 씁니다.
지난 주 내내 거의 밤마다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끊겠다고 다짐한 것이 부끄럽습니다. 거의 새벽까지, 심지어 아침이 될 때까지 마신 적도 있습니다. 출장을 가서 부득이하게 그런 경우도 있지만 조금 일찍 파하고 돌아올 수도 있었는데 자리 분위기상 먼저 나오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찌됐든 술로부터 멀어지겠다는 결심은 도루묵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 튼튼하지 못한 체력이 지난 금요일에는 완전히 고갈되어 퇴근하자마자 시체 놀이를 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뭐니뭐니 해도 규칙적인 생활로 복귀하여 깨어진 신체 리듬을 바로하고 몸을 온전히 보전해야겠습니다. 독서노트도 정상적으로(!) 제때 발송하겠습니다.

오늘은 일주일의 시작이니만큼 유쾌하게 출발하겠습니다.
김달국님의 《나를 다스리고 세상과 친해지는 유쾌한 인간관계》라는 책입니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흔히 말하는 자기경영 또는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책입니다.


   제   목 : 나를 다스리고 세상과 친해지는 유쾌한 인간관계
   지은이 : 김달국
   펴낸곳 : 새로운 제안 (초판 출간일 2005.11.5 ←어?) ₩9,000

이 책의 추천사는 구본형 소장이 썼는데, 그는 "자기계발서는 진실과 사기의 경계를 걷는 위험하고 복잡한 분야"이니 자신을 실험의 대상으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자기계발서를 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즉 저자 자신의 원칙과 방식을 자신의 일상에 적용하여 그 효익을 얻은 사람만이 그 비법을 객관화하고 이론화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저 귀에 듣기 좋은 말만을 골라 남의 말을 자기 말인양 옮겨놓는다면 그건 '사기'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계발서의 핵심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의 삶 자체가 책과 어느만큼 일치하느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일반 독자가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 구본형 소장의 추천사를 통해 본 저자의 모습은 '어당팔'입니다. '어리숙한 사람이 당수팔단'이라는 뜻인데,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운동과 유머와 칭찬의 고수라고 합니다. 따라서 그는 유머와 칭찬에 관해 말할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김달국님은 가끔 제 사이트에 와서 댓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짧은 글이지만 그의 글에는 겸손이 묻어납니다. 저보다 분명 고수임에도 늘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그는 겸손과 칭찬의 고수임에 분명합니다.
이 책에서 그는 대화, 유머, 칭찬, 인맥, 겸손, 베풂, 매력, 용서, 여유, 비판, 거절, 부탁, 화, 책략, 자존심, 걱정, 비밀, 약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책을 쓰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런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가장 중요한 자세는 '겸손'입니다. 책이 내 삶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기를 바란다면 말입니다.
지난 주에 술자리에서 어떤 분이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비슷한 류의 책을 계속 읽는데도 늘 한가지 마음'이냐고 물었습니다.
물론이라고 답했습니다.
책은 그 사람의 인생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술자리에서 듣자면 몇 년을 가도 다 듣지 못합니다. 삶의 지혜와 통찰력을 정제하고 정제한 언어로 볼 수 있는데, 그것도 단돈 만원에 한 사람의 지혜를 전수받을 수 있는데 어찌 겸손해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는 마음부터 비워야합니다. 비우지 않고서 글을 읽으면 받아들이기보다 칼질부터 하게 됩니다. 내 마음에 들어오기 전에 유익한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을 가려서 적당히 칼질하여 담게 됩니다. 결국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에나 별 변화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이미 칼질된 내용만 남아있을테니까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모두 알 만한 것들입니다. 열 여덟 개의 주제를 보면 그 단어만으로도 저자가 궁극적으로 어떤 말을 할 것인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삶의 지혜라는 것은 이렇듯 대개 들어봤던 것들입니다. 다만 무심히 떨어지는 가을 낙엽이 어느 순간 갑자기 가슴이 저미도록 슬플 때가 있듯이, 살다보면 늘 듣던 말이지만 어느 순간 깊은 감동으로 다가 올 때가 있습니다.
아는 것과 실제 느끼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흘려 듣던 얘기가 어느 순간 가슴에 잔잔한 전류가 통하듯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라고 하는 신호인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다 좋은데,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같이 다 옳은 말이지만,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기란 하나같이 쉽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읽는 이의 몫이요 받아들이는 자의 역량의 문제입니다. 많은 내용을 모두 흡수할 수 없다면 자신에게 지금 꼭 필요한 한 가지라도 가슴에 새기면 될 것입니다.
저는 열 여덟 개의 주제 중에서 '비판'에 관한 내용을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끊임 없는 대화와 토론의 연속인데, 그러다보면 서로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한 상황이 늘 발생하는데, 이 때 꼭 명심해야 할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 비판하지 마라. 그 사람도 그 부분을 콤플렉스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며, 성형수술하기 전까지는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른 사람의 의상에 대해 비판하지 마라. 그 사람의 취향이 당신과 같을 수는 없으며, 수많은 옷 중에서 골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습관에 대해 비판하지 마라. 당신이 한마디 한다고 고칠 수 있을 것 같았으면 지금까지 그런 습관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창작품에 대해 함부로 비판하지 마라. 그것은 그 사람의 열정과 영혼을 담은 것이기에 그 사람 자체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다.
(...)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는 비판으로 상대방을 침묵시킬 수는 있어도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비판이 아니라 감탄이다.
(...)
건전한 충고를 적절하게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 충고를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어렵다. 오죽하면 공자가 '60세가 되어야 귀가 열려 타인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고 가슴에 들린다(六十而耳順)'라고 했을까. 귀가 순해져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경지까지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자기 수련의 길이다.
(...)
당신이 시도하는 모든 일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모든 사람들의 문제를 다 해결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이다. 모든 사람이 다 당신을 좋아할 수는 없다. 그것을 바라서도 안 된다. 국민의 반만 좋아해도 대통령이 되고도 남는다.
(p.124~p.132 에서)

유쾌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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