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짧은 생각

전직(轉職)하는 동생에게

자도자도 더 자고 싶은 게 잠이라더니, 실컷 잤는 줄 알았는데 소파에 몸을 기대니 또 스스르 잠이 온다.
낮에 소파에 기대어 자는 잠은 깊지 못하다. 밤에 자는 것과 비교도 할 바가 못된다. 꿈을 꾸게 된다. 어제 오늘 두 번이나 꿈을 꿨는데 똑같은 꿈이다.

동생이 이번에 전직을 하게 됐는데 힘들어하는 꿈이다. 동생의 성격을 아니까 지레짐작으로 꾸는 꿈인가 싶었는데, 그래서 동생에게 전화를 한 통 했더니, 목소리가 그리 밝지 않다.
공장 생활만 해 온 녀석인데 공장이 아닌 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왔었는데 단 몇 명만이 사무실을 지키는 곳에서 처음으로 일을 하게 되니 힘들만도 할 것이다. 처음에 내가 소개를 했는데, 괜히 했나 싶기도 하다.

대학에 오면서 고향을 떠나와서 철들고 난 다음에 동생과 거의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이것이 처음인가, 형으로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이왕 하기로 한 일이니 거기서 승부를 내라고 말하고 싶다. 일이라는 건 끝까지 해봐야 알 수 있다. 세상에 어렵지 않은 일이 하나도 없다. 살아 남기 위한 일인데 쉬엄쉬엄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반대로 세상에 생각만큼 어려운 일 역시 하나도 없다. 변화가 싫고 어려운 일을 싫어하는 마음이 힘들 뿐이다.

이직도 아닌 전직을 하면서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젊다는 건 참으로 복이다. 아직 직업을 바꿀 용기가 있고,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할 힘이 남아 있으니까. 용기있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길이 열려있다. 새로운 희망의 길일 수도, 아니면 잘못된 길이라 또 바꾸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길이라는 게 그렇다. 길만 따라가다보면 늘상 불안하다. 이 길이 맞는지 늘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길만 좇아 따라갈 것이 아니라 먼저 방향을 정해야 한다. 큰 방향을 정해 길을 걷다보면 조그만 길의 엇갈림에도 쉽게 길을 잃지 않는다.

개꿈을 꾼 듯하다. 젊은 날에 서로 떨어져 지내다보니, 내가 동생을 너무 알지 못한 듯하다. 아직도 어린애인 줄 알고 괜한 걱정을 하는 것 같다.
내 사랑하는 동생아, 힘내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