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공부습관 Q&A 모음 (부모2.0)

[초6] 기본기가 전혀 없는 초6 수학 지도

공습강연회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만 기회가 쉽게 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만 가지고 있네요. 예전 부모 60분을 통해 짧게나마 그 원리들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답니다. 그리고 7살의 아들에게 지금부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답니다.

제가 문의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 지인의 아들 중 6학년 남아 수학 공부를 알려주고 있는데...
수학에 있어서 그 틀이 잡히지 않아서 저도 참 당혹스럽습니다.

여름방학기간 중 지난 복습을 위주로 다시 수학을 살펴보고 있는데...
일단 진도를 나가는 것 조차 참 쉽지 않습니다.

오랜동안 학원에 익숙해 있었던 차라 힌트나 풀이 방법을 설명해주지 않으면 문장제의 경우 거의 생각하지를 않습니다.
숙제를 내주고 다음에 가서 채점을 하고서 제가 그 틀린 문제를 보면 아이가 몰라서 못하는 것인지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또 잘 읽지 않아서인지 대충 알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대부분은 몰라서이기보다 생각하지 않아서입니다.
구주어식의 방법으로 양보다 질로 승부를 해보기도 했지만 너무 오랜동안 말그대로 끄적이며 여기저기 푸는 수학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자꾸 이렇게 되니 방학이 다 끝나간 이 시점에서 진도도 거의 못나가고 여전히 제가 있어도 체크하지 않으면 끄적끄적 풀기만 합니다.
또한 문장제가 아니어도 조금 생각을 해야하는 연산에서는 시간이 걸립니다.
아주 기초적인 것도 제가 쉽게 그림을 그려서 개념을 다시 알려주고 있는데 하다보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냥 대충 답일 것 같은 것을 몇개 말해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끝까지 답을 알려주지 않고 개념을 통해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답을 말하는 것 보면 생각만 하면 혼자서도 할 수있는 부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수학풀이에서 절차적사고와 또 깨끗하게 정리하며 식과 답을 구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았던 이 아이....저학년이거나 5학년만 되어도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질텐데 이제 6학년 2학기라고 생각하니 엄마도 맘이 조급하신 듯 하고 저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어떤것에 중점을 두고 진행해야 할지 조금 어렵습니다.

나름 다른 아이들이나 내 아이를 교육하는 철학이나 또 방법론인 부분에서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건만....수학풀이 습관이 잘못되어있는 이 아이를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참 어렵게만 다가오네요.

구체적 방법론이 있다면 좋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제가 어떤 마음으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이 될 수 있을지....조언을 부탁합니다.


[답변] 손병목 | 학부모 포털 부모2.0 대표 www.bumo2.com

다음 강연회 때 꼭 뵙기를 바랍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라면, 이미 7~8년간의 공부 경험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그 경험 중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운 성공 경험'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공부 '양' 자체가 지극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양이 부족하다는 것은 두뇌에 학습회로가 거의 발달되지 않은 상태라는 겁니다.

학습은 두뇌 회로를 새로 만들거나 바꾸는 작업입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두뇌는 그 내용을 보다 쉽게 끄집어 내기 위한 회로를 만들게 됩니다. 그것을 우리는 '할 줄 안다' 또는 '기억했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최소한의 공부 양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두뇌는 새로운 정보를 아주 잠깐 보관하고 있다가 버립니다.

지식은 철저하게 '빈익빈부익부' 원칙을 따릅니다. 하나의 지식은 두뇌 어느 한곳에 보관되는 것이 아닙니다. 창고나 서랍에 물건을 보관하듯이 어느 특정한 곳에 따로 보관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지식은 수많은 기억세포들의 연합입니다. 어떤 지식은 완전하게 기억나고, 어떤 지식은 전혀 엉뚱하게 기억해내고, 어떤 지식은 아주 일부만 기억해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지식은 아주 복잡한 거미줄처럼 얽혀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지식 그물이 탄탄한 상태에서는 아주 적은 노력으로도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도 결과는 신통치 않습니다. 이 아이에게는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초 지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입니다.

몰라서 틀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 자체를 안해서 틀리는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것은 문제를 보는 순간 어떠한 개념을 사용해서 해결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조금 복잡한 연산문제조차 어려워하는 것은, 수학에 대한 전반적 기초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며, 이로 인해 수학 전반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 이 아이에게는 절차적 사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지식의 체계부터 쌓아야 합니다. 수학에서의 절차적 사고는 완벽한 '개념'을 전제로 합니다. 개념 없는 사고는 모래성입니다. 개념과 더불어 작은 성공경험을 통한 자신감 형성이 뒤따라야 합니다.

시간이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해결하려면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한 학기가 온전히 남아있고, 겨울방학이 또 있습니다. 초등수학 전체의 체계를 다시 세우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다만 학교 진도와 더불어 기초부터 하나씩 해결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아이와 부모의 대화 또는 회원님과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아이는 수학 문제 풀이 습관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수학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3~6학년 전과정을 체계적으로 한번 훑는 것입니다. 아이의 약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고, 또한 아이는 이렇게 함으로써 초등 전과정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는 자신감이 형성됩니다.

1. 3~6학년 수학문제집을 한권씩 모두 구매합니다. 1,2학기 모두 구매합니다. 일부 인터넷서점에서 1학기 책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2. 노트를 몇권 준비합니다. 각 노트는 수/연산, 도형, 측정, 확률과 통계, 규칙성과 함수 등 영역별로 나눕니다. 영역별로 1권씩의 노트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3. 각 영역에 해당되는 문제 중에서 개념 이해와 응용에 꼭 필요한 문제를 선별하여, 노트에 오려 붙입니다. 어떤 문제는 옮겨 적어야 할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4. 이 노트의 의의를 아이에게 말해줍니다. 수학을 체계적으로 복습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너무 쉬운 것도 있지만, 실은 과거에는 매우 어려웠음을 알려줍니다. 시간이 지나 쉬워진 것인데, 이런 식으로 현재의 어려운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쉬워질 것이지만, 지금 더 노력하면 충분히 정복할 수 있다고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3~6개월 지도하시고, 겨울방학 때 한번 더 복습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중요한 문제는 '구주어식'을 잊지 마시구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