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공부습관 Q&A 모음 (부모2.0)

[초5] 학습지 끊고 공부습관 들이기

안녕하세요?
저는 초5와 1 남매를 둔 직장맘입니다.부모2.0은 제게 환한 빛을 주는 사이트 입니다. 매일 방문 하여 여러 맘들의 글로 마음의 힘을 얻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된건 선생님의 조언을 구하려 합니다. 도와주세요 큰아이는 초5여자아이이고 작은아이는 초1 남자 아이랍니다.
두아이의 학습습관을 잡아 주고자 몇년을 해오던 학습지를 끊기로 했습니다. 사실 학습지라는것이 1주일 과목별로 10-15분 수업후 나머지는 자기가 해야하는데 평일에는 시간이 안된다며 한꺼번에 몰아쳐서 할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제가 학원을 많이 보내거나 하지는 않아여 두아이 운동으로 태권도 하구요 큰아이는 수학과외 방과후 특기적성으로 컴퓨터 하고 있어여(컴퓨터도 이제 끊을려구여)작은아이는 미술학원 방과후 컴퓨터와 바이올린 합니다. 순수하게 학습이라고는 씽** 학습지인데 것도 안하려 하고해서요 공부에 대한 의지가 약한것 같아요
특히 큰아이의 경우가 더 그렇습니다. 작은녀석은 그래도 안한공부가 있다면 할려는 욕심이라도 약간 부리는데 큰녀석은 그냥 모든게 그래요 의욕도 없고 조금만 어려워도 안하고 넘어가고 자세히 읽어보면 할것 같은 문제도 안하려는 생각이 커요 가르치기가 참 힘들어여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모르겠구여 제가 잔소리를 좀 하는 편이에요 넘 참기가 힘들어 가끔 심한 잔소리 할때도 있어여 그래서 아이가 더 주눅이 든건지도 모르겠네요 물론잔소리를 계속 줄이려고 노력중이랍니다.
요즘 학습지를 괜히 끊었나 하는 불안감이 저를 압박합니다. 공부습관을 어떻게 잡아주어야 하나 스스로 즐기면서 할수 있도록 정말 많이 도와 주고 싶어여 방법을 모르겟어요 체계적인 공부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여 앞뒤 장황하게 적었네여 강의하시느라 힘드시겠지만 좋은 말씀 부탁드려요


[답변] 손병목 | 학부모 포털 부모2.0 대표 www.bumo2.com

강연을 통해 이미 많은 걸 들으셨지만, 막상 집에서 실천하기가 만만치 않지요. 그래서 많이 힘드시지요?

그러나 공부에 관한 한, 쉬운 길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공부를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하는 것이니까요. 눈앞에서 아무리 공부하는 척해도 아이의 머릿속에서 적극적인 공부활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매우 비효율적인 공부가 되겠죠.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공부를 하고 싶도록 만들기, 공부가 잘 되는 환경 만들어주기, 공부하기 힘들 때 쉬어갈 수 있도록 위로하고 격려하기, 성취감을 느낄 때 그 감정 증폭시키기, 이런 것들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직장맘에게는 매우 힘든 과제입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조급한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해야할 것을 시키는데, 그 양이 얼마 되지 않음에도 아이는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제가 강연 때 말씀 드렸죠? 아이들은 오로지 '재미'있으면 하고, 재미 없으면 하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그 공부에 재미를 느끼도록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평일 시간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공부에 관해서 직장맘이라고 봐주는 것은 없습니다. 세상은 애초부터 불공평했고, 특히 교육에 대해서는 늘 출발부터 불공평합니다. 나름대로의 사정으로 인해 직장을 선택하는 순간, 아이의 교육에 관해서는 소홀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24시간 아이 옆에서 밀착 지도하는 다른 엄마에 비해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만이라도 아이의 공부 의욕을 북돋아줘야 합니다. '잔소리'와 '화'는 직장맘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스스로 공부하려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마가 말을 하는 기회보다, 아이가 엄마에게 말을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야 합니다. 엄마의 역할은 충분히 들어주기 뿐입니다. 공부 못하고 싶은 아이는 없습니다. 다만 맘처럼 되지 않을 뿐입니다. 그것을 엄마가 충분히 이해하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때, 그때 아이는 아주 조금씩 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밀리는 학습지는 끊는 게 맞습니다. 지금부터는, 누군가가 강제로 만든 계획 대로 움직이기보다는,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연습을, 조금씩 시도해야 할 때입니다.

주말에 충분한 시간을 내어,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세요. 절대로 훈계나 잔소리를 하지 마시고, 아이가 공부를 힘들어하고, 더 놀고 싶고, 그러나 성적은 좋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세요.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하는 학습지를 끊은 대신, 우리가 스스로 계획을 세워 조금씩이라도 실천해보자고 제안해 보세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주간 계획표를 세워보세요. 시작은 가벼워야 합니다.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시도를 합니다.

모든 인간은 변화를 좋아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막상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두뇌 구조가 그러합니다. 가장 나중에 발달된 대뇌신피질에서 어떤 의지를 갖더라도, 그 안에 있는 일명 파충류뇌에서 변화를 거부합니다. 그러나 그 변화의 정도가 충분히 달성가능한 것이라면, 이 파충류뇌가 저항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의욕이 없다고 했죠. 그건 변화하려는 의지보다 변화하기를 두려워하는 두뇌의 작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리로, 아이에게 계획을 세우되,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양을 정해 계획을 조정하시기 바랍니다. 공부계획은 하루 일정한 양으로 짜기보다는, 수업에 맞춰 유동적으로 짜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과목을 하루에 똑같은 시간을 배당하기보다는, 어느 날은 수학 공부가, 어느 날은 국어 공부가 많도록 변화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초기에 덜 지루합니다.

그리고 실천을 했을 때, 아낌 없이 칭찬해주시고, 만약 계획 대로 되지 않더라도,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힘들었을 수도 있고, 노느라고 잊어버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것을 엄마는 이해하되, 조금 더 노력하자고 엄마의 마음만 살짝 전달하시기 바랍니다. 명령하지 마시구요.

잊지 마세요. 지금 목표는, 정해진 만큼 무조건 완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계획한 것을 실천해나가는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것입니다. 직장맘이라면, 오로지 이 부분에 집중하여 아이를 지도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아이를 믿으시기 바랍니다. 그 믿음이 평상시 말속에 스며나올 때,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엄마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자신과의 약속을 조금씩 지켜나갈 것입니다.

별 다른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입니다. 살살 달래서라도 아이가 조금씩 공부하는 맛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전부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을 스스로 해냈을 때, 그때 아이의 머리에서 도파민이 나오고, 그때 아이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공부 의지는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엄마도 잘 아실 것입니다.

아직도 공부할 시간은 많지만 아이의 마음을 얻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부모역할훈련의 창시자 토머스 고든은 "하나님은 부모에게 13년의 유예기간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이 말만큼은 확신합니다. 자녀가 부모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때는 단지 13살 정도까지라는 것입니다. 그 이상이 되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많이 힘들어집니다.

공부할 시간은 많지만, 아이의 마음을 얻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의 공부 양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입니다.

그런 상태라면, 아이가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차 삶의 목적이 생기고, 미래에 되고 싶은 모델이 생기면서 공부 집중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