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공부습관 Q&A 모음 (부모2.0)

[중학] 부모 노릇하기 너무 힘들어요

얼마전 문의 드렸던 중학생 맘 입니다
아이 아빠성격이 불같아
아이가 잘못을 하여도 잘 말하지 않는 편입니다
근데 제가 몇일 전 도저히 참다가 안되어 아이의
잘못을 말했는데 아이들에게 벌을 세우고는
다음날을 맞이 하였습니다
일요일이라 아이 아빠가 하루종일 아이들을 지쳐 보더군요

근데 큰아들녀석이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모둠숙제를 핑계로
나가서는 3시간이 넘어 들어 왔는데
일은 나갔다돌아온 6시 부터 컴퓨터를 사용한 1시간을 뺀나머지
시간에 2-3분 간격으로 문자를 주고 받는 모습을 보다 못한 아빠에게 11시경에
자기방에서 불려나와 작은 녀석과 함께 새벽녁까지 벌을 섰구요
월요일인 오늘은 등교를 시키지 않았습니다

담임샘께는 구차한 변명을 하기가 그래서
아이의 습관때문에 부득이하게 결석을 하겠노라고
오후에 전화를 드리겠다고 죄송하다는 문자를 남겼습니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가는 아이가 문제아로 찍힐까 걱정이구
다른 변명을 대려해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

pc방에 다니구 tv를 보기도 하고 아님 라디오 청취에 핸드폰 문자에
공부엔 전혀 취미가 없나 봅니다

애 아빠는 반성하라는 의미로 등교를 못하게 하엿지만
아인 반성은 커녕 잠을 자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하루가 다가고 하교 할 시간이 되어오니 바깥에 나가려고 하네요

어찌할까요
답답하기만 합니다


[답변] 손병목 | 학부모 포털 부모2.0 대표 www.bumo2.com
아이가 이러한 지경이고, 그것을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 또한 융통성이 없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엄마는 얼마나 애가 타고 답답하겠습니까.

부모가 되면 결국 모든 게 자녀 문제로 속앓이를 하게 되는데, 부모와 자녀와의 정서적 유대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이가 크면서 점점 그 골이 깊어집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 '부모교육'입니다. 부모교육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루는 것은 '대화법'입니다. 물론 대화법은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 전제가 됩니다. 부모와 아이가 제대로 의사소통하는 법, 이것이 부모교육에서 다루는 핵심 주제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답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남의 문제라면 충분히 조언할 수도 있습니다. "화 좀 참고, 아이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눠보지 그래...." 이렇게 충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화는 참아지지 않고, 아이가 클수록 점점 이해하기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중학생이라면 이제 힘으로도 제압하기 힘들 테구요.

현재의 문제는 특정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자녀 간의 근본적 의사소통의 문제입니다. 지난 번 질문하셨던 공부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할지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문제는, 아이가 엄마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고, 갈수록 공부의 흥미를 잃어가는 겁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즐겁지 않을 테고, 매일매일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 불신이 아이와 부모 사이 전반에 걸쳐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공부의 문제도 아주 일부죠. 학생의 신분이니 공부 문제가 크게 느껴지는 것인데, 결국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의 문제입니다.

소통이 되어야 공부 문제도, 다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소통은 남이 나를 이해해줄 때 가능합니다. 그런데 부모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네가 내 마음을 이해 못하는데 내가 어떻게 너를 이해하겠니,라고 하면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부모교육에서 다루는 내용을 한 마디로 줄이라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받아주고 행동은 고쳐줘라"

이 순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감정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할 경우, 행동은 고치기 매우 힘듭니다.

아이가 시도때도 없이 문자를 보낸다면, "누군지 모르지만 무척 친한 친구인가 보네." "혹시 중요한 약속 있었던 거 아니니?" 이런 식으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게 선행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겠죠. 그러나 이렇게 감정을 읽어주고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한다는 건, 일방적인 지시만 있을 뿐입니다.

"야, 너 그러다가 공부는 언제 할려구? 너 제정신이니?"

이런 말로 시작하면, 결국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집에서 이런저런 일로 하루종일 지쳐있는 아내에게 퇴근한 남편의 첫 마디가 "당신 얼굴 왜 이래? 남편이 왔는데 인상이 왜 그래?" 이렇게 말하면, 일단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공부 문제와 이 문제가 다르지 않냐구요? 아뇨.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 간의 대화는 논리적인 것 같지만 절대로 그러하지 않습니다. 대화하는 상대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가 대화의 질을 규정합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듣기 싫으면 지킬 수 없는 겁니다. 조금 불합리한 일이라도 시키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합니다.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라고 해서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배려가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왜냐하면 청소년은 아직 남을 '이해'하고 남의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이 덜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읽어주는 노력을 덜했을 때, 아이 역시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상황은 절대로 '벌'을 주거나 '강압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는 악화될 것이며, 관계는 벌어질 겁니다. 아이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나의 진심을 아이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부모 노릇 참고서가 아니라,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도움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그 방법은 초등학생이나 청소년이나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이민정 선생님의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1,2>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1,2>, 토머스 고든의 <부모역할훈련>과 같은 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 좋은 것은, 만약 시간이 된다면 부모역할훈련 전문 교육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의 부모가 나에게 대했던 방식 그대로 자녀를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교육으로 이것을 극복하지 않는 이상, 내가 청소년기에 느꼈던 그런 감정을 아이 역시 그대로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나는 저러지 않았는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서 부모의 의도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를 대책 없이 바라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의 짧은 조언으로 이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어차피 자녀 교육은 '자기 수양'이므로, 아이를 바꾸기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대화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참조하여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어머니라도 바뀌어야 합니다. 아버지도 바뀌어야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바뀌고, 아이의 모습이 조금씩 바뀔 때 아버지의 태도도 바뀔 수 있습니다. 먼저 결심한 사람이 먼저 시도하시기 바랍니다.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단기적인 처방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