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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서로 다른 시선 - 생각의 지도
새벽 세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학교 운동장에는 몇 몇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이 젊은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그리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운동장을 돌고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에, 그러나 급하지 않게 천천히 걷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가을은 새벽 하늘도 참 아름답습니다. 달이 밝아서인지 하늘이 높고 아득합니다. 그 풍광이 명미하여 카메라에 담으려했으나 오로지 캄캄하게만 찍히니 보여드릴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독서노트에 새벽 사진 한 장 넣어 보내기를 포기하고 달력을 봅니다.
오늘은 10월 10일, 10자가 나란히 겹쳐 있어 무언가 뜻이 있는 날 같은데, 다름 아닌 중국의 건국 기념일인 쌍십절입니다. 1911년 손문을 중심으로 한 신해혁명의 혁명군이 무창에서 청 타도를 목표로 행동을 개시한 후 드디어 청이 망하고 중화민국이 탄생하게 됩니다. 중국 2000년의 전제정치가 마감되는 날입니다.
그렇다고 공자,맹자,노자,장자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사상의 전통조차 종말을 고한 것은 아닙니다. 청이 역사 뒤로 사라지고, 그와 함께 고래의 전제정치가 사라지고 장개석의 중화민국이 건국되고 다시 모택동의 중화인민공화국과 장개석의 중화민국이 나뉘어지고 그로부터 또 많은 세월이 흐르고... 이렇듯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고 해도 그들의 체내에 축적된 사고의 체계와 세상을 보는 시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소한 서양과 대비하여 바라보았을 때 그 차이는 매우 크게 느껴집니다.
제 목 : 생각의 지도
원 제 : THE GEOGRAPHY OF THOUGHT
지은이 : 리처드 니스벳(Richard E. Nisbett) / 최인철 옮김
펴낸곳 : 김영사 (초판 출간일 2004.4.1 / 2005.9.10일刊 초판 15쇄를 읽음) ₩12,900
오늘의 주제는 '생각의 지도', 다시 말해 동양과 서양의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양이라고 해서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날이 날인만큼 중국 이야기로 시작해봤습니다. 흔히 동양이라고 하면 '동아시아'를 가리키고, 동아시아는 중국과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문화권을 가리킵니다. 또한 서양이라고 하면 주로 '유럽 문화권' 특히 '유럽계 미국인'을 가리킵니다. 물론 이 분류가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으나 동양 내의 많은 하위 문화와 그들 사이의 문화 차이, 또한 서양 내의 많은 하위 문화와 그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양'과 '서양'을 단순하게 대립시키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또한 아무리 동양 내에서의 문화 차이, 서양 내에서의 문화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양과 서양의 평균적으로 존재하는 그 차이에 비해서는 서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편의상 동양과 서양을 위와 같이 나누겠습니다.
이 책은 범 동양권과 범 서양권의 사고 체계의 차이를 학술적으로 분석한 내용인데,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우린 동양과 서양의 많은 차이들이 대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생각하는 방법과 문화의 차이에 대해 언급한 책들도 이미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두 문화가 정확하게 '어떤 면에서' '어느 정도'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다룬 책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에 관한 매우 과학적인 분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미시간 대학의 교수로서, 그 학교 대학원생과 중국 북경대학, 일본 교토대학, 한국의 서울대학 등과 함께 동서양의 차이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이 책은 그 결과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다시 쓴 것입니다.
책의 목차만 보더라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핵심 주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동양의 도와 서양의 삼단논법 2.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과 서양의 홀로 사는 삶 3.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4.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 5.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 6.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 7.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 그 기원은? 8.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
이미 직간접적으로 두 문화의 차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사례와 실험을 통해 그 원인을 분석한 내용은 참 흥미로왔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연산과 대수학은 발달했는데 왜 기하학은 발달하지 못했을까? 왜 동양인들은 서양인들보다 사건들 간의 관련성을 잘 파악하는 것일까? 왜 서양인들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적인 요인은 무시하고 그 사람의 내부 특성만 강조할까? 왜 동양인들은 어떤 일이 발생하고 나면 '내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지'라는 후견지명 효과를 강하게 보일까? 왜 서양의 아이들은 동사보다 명사를 더 빠른 속도로 배울까? 왜 서양인들은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형식논리를 자주 사용할까? 왜 동양인들은 명백하게 모순되어 보이는 두 주장을 동시에 받아들일까?
이런 차이의 원인이 생물학적 요인일까? 사회 구조의 차이일까? 아니면 언어의 차이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교육의 차이?
마치 TV 프로그램 중 <스폰지>의 주제가 될 법한 이런 흥미있는 주제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짤막하게 요약하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동서양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재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 - 즉 실험을 통해 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쉬운대로 조금만 소개드리자면,
서양인은 사물의 개체성을 중요하게 여기어 범주화와 형식논리를 선호합니다. 반대로 동양인은 '관계'에 근거해 사물을 파악합니다. 중국의 고전을 강의한 신영복 선생의 <강의>라는 책의 주제도 '관계'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설명할 때 서양인은 직접 자신의 성격과 행동을 묘사하지만, 동양인은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자신의 역할이나 관계를 중심으로 표현합니다.
한 마디로 동양인은 전체를 보고 관계를 파악하는 반면 서양인은 부분을 보고 그 개체의 특성에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실례로 어떤 살인 사건에 대한 신문 기사만 보더라도, 동일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은 상황이 달랐으면 살인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가정하는 반면, 미국인들은 범인의 심리와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상황이 다르더라도 사건은 발생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비교를 통해 동서양의 사고 과정과 그 내용에 나타나는 근원적 차이를 밝혀내려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듯한, 그래서 너무나 오래된 주제처럼 느껴지지만, 그러나 어느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동양과 서양의 사고 체계의 차이를 이처럼 알기 쉽게 다룬 책도 드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선한 '문화 심리 실험'을 통한 동서양에 대한 분석조차도 그가 서양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 아닐까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공자의 후손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후손 사이의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느껴집니다.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글을 읽으며 느꼈던 동질감과 이질감의 원인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가을은 새벽 하늘도 참 아름답습니다. 달이 밝아서인지 하늘이 높고 아득합니다. 그 풍광이 명미하여 카메라에 담으려했으나 오로지 캄캄하게만 찍히니 보여드릴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독서노트에 새벽 사진 한 장 넣어 보내기를 포기하고 달력을 봅니다.
오늘은 10월 10일, 10자가 나란히 겹쳐 있어 무언가 뜻이 있는 날 같은데, 다름 아닌 중국의 건국 기념일인 쌍십절입니다. 1911년 손문을 중심으로 한 신해혁명의 혁명군이 무창에서 청 타도를 목표로 행동을 개시한 후 드디어 청이 망하고 중화민국이 탄생하게 됩니다. 중국 2000년의 전제정치가 마감되는 날입니다.
그렇다고 공자,맹자,노자,장자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사상의 전통조차 종말을 고한 것은 아닙니다. 청이 역사 뒤로 사라지고, 그와 함께 고래의 전제정치가 사라지고 장개석의 중화민국이 건국되고 다시 모택동의 중화인민공화국과 장개석의 중화민국이 나뉘어지고 그로부터 또 많은 세월이 흐르고... 이렇듯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고 해도 그들의 체내에 축적된 사고의 체계와 세상을 보는 시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소한 서양과 대비하여 바라보았을 때 그 차이는 매우 크게 느껴집니다.
제 목 : 생각의 지도
원 제 : THE GEOGRAPHY OF THOUGHT
지은이 : 리처드 니스벳(Richard E. Nisbett) / 최인철 옮김
펴낸곳 : 김영사 (초판 출간일 2004.4.1 / 2005.9.10일刊 초판 15쇄를 읽음) ₩12,900
오늘의 주제는 '생각의 지도', 다시 말해 동양과 서양의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동양이라고 해서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날이 날인만큼 중국 이야기로 시작해봤습니다. 흔히 동양이라고 하면 '동아시아'를 가리키고, 동아시아는 중국과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문화권을 가리킵니다. 또한 서양이라고 하면 주로 '유럽 문화권' 특히 '유럽계 미국인'을 가리킵니다. 물론 이 분류가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으나 동양 내의 많은 하위 문화와 그들 사이의 문화 차이, 또한 서양 내의 많은 하위 문화와 그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양'과 '서양'을 단순하게 대립시키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또한 아무리 동양 내에서의 문화 차이, 서양 내에서의 문화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양과 서양의 평균적으로 존재하는 그 차이에 비해서는 서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편의상 동양과 서양을 위와 같이 나누겠습니다.
이 책은 범 동양권과 범 서양권의 사고 체계의 차이를 학술적으로 분석한 내용인데,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우린 동양과 서양의 많은 차이들이 대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생각하는 방법과 문화의 차이에 대해 언급한 책들도 이미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두 문화가 정확하게 '어떤 면에서' '어느 정도'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다룬 책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에 관한 매우 과학적인 분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미시간 대학의 교수로서, 그 학교 대학원생과 중국 북경대학, 일본 교토대학, 한국의 서울대학 등과 함께 동서양의 차이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이 책은 그 결과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다시 쓴 것입니다.
책의 목차만 보더라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핵심 주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동양의 도와 서양의 삼단논법 2.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과 서양의 홀로 사는 삶 3.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4.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 5.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 6.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 7.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 그 기원은? 8.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
이미 직간접적으로 두 문화의 차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사례와 실험을 통해 그 원인을 분석한 내용은 참 흥미로왔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연산과 대수학은 발달했는데 왜 기하학은 발달하지 못했을까? 왜 동양인들은 서양인들보다 사건들 간의 관련성을 잘 파악하는 것일까? 왜 서양인들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적인 요인은 무시하고 그 사람의 내부 특성만 강조할까? 왜 동양인들은 어떤 일이 발생하고 나면 '내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지'라는 후견지명 효과를 강하게 보일까? 왜 서양의 아이들은 동사보다 명사를 더 빠른 속도로 배울까? 왜 서양인들은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형식논리를 자주 사용할까? 왜 동양인들은 명백하게 모순되어 보이는 두 주장을 동시에 받아들일까?
이런 차이의 원인이 생물학적 요인일까? 사회 구조의 차이일까? 아니면 언어의 차이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교육의 차이?
마치 TV 프로그램 중 <스폰지>의 주제가 될 법한 이런 흥미있는 주제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짤막하게 요약하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동서양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재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 - 즉 실험을 통해 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쉬운대로 조금만 소개드리자면,
서양인은 사물의 개체성을 중요하게 여기어 범주화와 형식논리를 선호합니다. 반대로 동양인은 '관계'에 근거해 사물을 파악합니다. 중국의 고전을 강의한 신영복 선생의 <강의>라는 책의 주제도 '관계'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설명할 때 서양인은 직접 자신의 성격과 행동을 묘사하지만, 동양인은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자신의 역할이나 관계를 중심으로 표현합니다.
한 마디로 동양인은 전체를 보고 관계를 파악하는 반면 서양인은 부분을 보고 그 개체의 특성에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실례로 어떤 살인 사건에 대한 신문 기사만 보더라도, 동일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은 상황이 달랐으면 살인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가정하는 반면, 미국인들은 범인의 심리와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상황이 다르더라도 사건은 발생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비교를 통해 동서양의 사고 과정과 그 내용에 나타나는 근원적 차이를 밝혀내려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듯한, 그래서 너무나 오래된 주제처럼 느껴지지만, 그러나 어느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동양과 서양의 사고 체계의 차이를 이처럼 알기 쉽게 다룬 책도 드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선한 '문화 심리 실험'을 통한 동서양에 대한 분석조차도 그가 서양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 아닐까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공자의 후손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후손 사이의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느껴집니다.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글을 읽으며 느꼈던 동질감과 이질감의 원인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부록

댓글 2
약자나 강자의 처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서로 다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저자가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 서로의 장점을 흡수한 새로운 생각의 지도를 동서양이 함께 공유할 것이라는 데에서는 실제로 그러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지나친 낙관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로서는 딱히 그것이 아니라고 제시할 증거 따윈 없습니다. 그저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일 뿐.
책을 읽을수록, 사람을 알게 될수록, 세상을 조금이나마 알게될수록 서로의 다양함에 대해 인정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