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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공자가 간다
참 재미있는 책 한 권 읽었습니다. 내용도 재미있고 기획력도 돋보입니다.
제목은 《여기, 공자가 간다》인데, 책 표지의 부제는 '해동 선비가 찾아나선 열정과 수난의 주유천하 14년'입니다.
해동 선비가 누구일까요?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진형종이 스스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시대에 스스로를 선비라 하니 범상찮아 보이는데, 사실인 즉슨, 이 사람, 우리나라 유일의 유학대학인 성균관을 나왔는데 만 20세에 성균관의 성년식에서 성지(誠之)라는 자(字)를 받고 졸업 후에는 지금과 같이 유가적 저술활동을 벌이는 유생(儒生)입니다. 성인이 되기 전, 청소년 시절에 이미 불교 철학과 수행에 심취해 일찍이 불문에 정식 입문해 보광(普光)이라는 법명을 받은 재가불자(在家佛子)이기도 합니다. 지은 책을 보니 《공자의 열정》 《노자의 웃음》 외에도 《한 권으로 읽는 팔만대장경》 《틱낫한 스님과의 소박한 만남》 등이 있습니다. 지은 책만 보아도 스스로 내불외유(內佛外儒)를 추구한다는 그 말이 허언은 아닌 듯 싶습니다.
제 목 : 여기, 공자가 간다
지은이 : 진현종
펴낸곳 : 갑인공방 (초판 출간일 2005.9.9 / 초판 1쇄를 읽음) ₩12,000
이 별난, 아니 재미있는 사람이 공자의 '열정'을 널리 알리고자, 그의 늘그막의 주유천하 여정을 실감나게 옮겨놓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그의 자취를 더듬어 가는 과정을 그대로 풀어놓은 책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공자가 55세에 (2500년 전이니, 요즘으로 치면 70이 훨씬 넘은 나이에...) 그것도 엄동설한에 자신의 나라를 떠나 천하를 주유하며 겪은 수난과 열정의 행로를 그리고 있는 부분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공자의 열정지로를 직접 따라가 보면서, 남아 있는 흔적을 디카에 담고 2500 년 전의 열정을 온몸으로 느끼고자 아무런 도움 없이 홀로 고군분투하는 눈물겨운 답사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올 여름에 재미있게 읽었던 최인호의 《유림》 2권은 '周遊列國 (공자 편)'인데, 여기서 이미 공자의 네 번의 출국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사전 배경지식이 든든하여 책 읽는 재미가 더 쏠쏠했습니다.
이 책은 《유림》 2권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 공자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출국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공자가 어렵게 어렵게 노나라에서 현재의 검찰총장에 해당되는 벼슬을 하면서 드디어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해보려고 하다가 그 뜻이 좌절되면서 쉰 다섯이라는 정말로 적지 않은 나이에 천하를 주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 - 이 책에서는 '공자 패밀리'라고 지칭함 - 중 아무도 그들이 그렇게 오랜 세월 떠돌아 다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그마치 14년의 주유천하 과정을, 저자는 '열정'이라는 코드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바른 도(道), 어진 정치를 해보고자 하는 공자의 식지 않는 '열정'이 아니고서는 이 희대의 사건을 도무지 설명할 수 없었나 봅니다.
잠시 공자를 단장으로 하는 주유천하 방란단의 구성원들을 저자식 대로 소개하겠습니다.
공자 | 주유천하 방랑단장. 2미터 10센티미터가 넘는 거구. 제자가 삼천에 이르렀으므로 춘추 말기 난세에 조그마한 봉국 하나를 무력으로 점거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으나, 끝까지 인과 예를 외치며 합법적으로 자신을 써줄 임금을 찾아다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가혹한 운명을 타고났으나 결코 굴복하거나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영원한 청년 정신의 소유자.
안연 | 애지중지 수제자. 공자가 정식으로 인가한 공문(孔門)의 넘버 투. 비실이 백면서생으로 29세에 백발이 되었으며 끝내 관직을 얻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는다. 요절의 원인은 가난에 따른 비위생적 환경과 단사표음(簞食瓢飮)으로 인한 영양실조로 추정됨.
자로 | 우직 막강 보디가드. 출신은 빈천하나 심지가 강하고 용맹하다. 공자의 제자가 되기 전, 공자를 업신여기고 폭행하려 한 전과가 있음. 공자는 인정하지 않으나 스스로 조직의 넘버 투라고 자처함. 나중에 공자는 "자로를 제자 삼은 뒤로는 나를 욕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 것으로 보아, 공자의 경호원임이 분명함. 이 책에서는 '깍뚜기 형님'으로 표현함.
자공 |영리한 깍쟁이. 언변이 뛰어나고 외교술에 능하며, 재물을 불리는 데도 상당한 재능을 발휘했다. 사마천은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골고루 알려지게 된 것은 자공이 그를 앞뒤로 모시고 도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함. 공문 제자 가운데 가장 부자가 됨.
염구 | 얍삽한 능구렁이. 약삭빠르게 출세 가도를 달려, 공자가 14년에 걸친 주유를 끝내고 노나라에 돌아올 수 있게 공을 세운다. 출세를 우선시한 나머지 공자 학당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식 파문을 당한다. 서방의 유학자 크릴(Creel)은 그를 "빵 어느 쪽에 버터가 발렸는지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 파문을 당하고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공자 학당을 계속해서 들락거림.
공자와 그 제자들의 특징을 이처럼 재미있고 명쾌하게 설명한 것을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장난 같아 보이는 이런 표현만으로 자칫 이 책이 함량 미달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진 마시기 바랍니다. 재미있게 풀어 쓰는 능력은 저자의 탁월한 재능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내불외유를 추구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가 얼마나 공자에 대해 진심으로 배우고 따르려는지가 글을 통해 여실히 드러납니다. 공자를 대하는 마음이 이와 같은데 어찌 허세가 묻어있으며 섣부른 문장으로 값싼 책을 만들었겠습니까.
공자를 이해하고 조만간 다시 읽을 《논어》를 이해하는 데 참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온다면 고전을 대하는 느낌이 보다 친숙해지고, 이해하기가 한층 수월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저자가 쓴 다른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공자와 같은 열정을 잃지 않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제목은 《여기, 공자가 간다》인데, 책 표지의 부제는 '해동 선비가 찾아나선 열정과 수난의 주유천하 14년'입니다.
해동 선비가 누구일까요?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진형종이 스스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시대에 스스로를 선비라 하니 범상찮아 보이는데, 사실인 즉슨, 이 사람, 우리나라 유일의 유학대학인 성균관을 나왔는데 만 20세에 성균관의 성년식에서 성지(誠之)라는 자(字)를 받고 졸업 후에는 지금과 같이 유가적 저술활동을 벌이는 유생(儒生)입니다. 성인이 되기 전, 청소년 시절에 이미 불교 철학과 수행에 심취해 일찍이 불문에 정식 입문해 보광(普光)이라는 법명을 받은 재가불자(在家佛子)이기도 합니다. 지은 책을 보니 《공자의 열정》 《노자의 웃음》 외에도 《한 권으로 읽는 팔만대장경》 《틱낫한 스님과의 소박한 만남》 등이 있습니다. 지은 책만 보아도 스스로 내불외유(內佛外儒)를 추구한다는 그 말이 허언은 아닌 듯 싶습니다.
제 목 : 여기, 공자가 간다
지은이 : 진현종
펴낸곳 : 갑인공방 (초판 출간일 2005.9.9 / 초판 1쇄를 읽음) ₩12,000
이 별난, 아니 재미있는 사람이 공자의 '열정'을 널리 알리고자, 그의 늘그막의 주유천하 여정을 실감나게 옮겨놓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그의 자취를 더듬어 가는 과정을 그대로 풀어놓은 책입니다.그러니까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공자가 55세에 (2500년 전이니, 요즘으로 치면 70이 훨씬 넘은 나이에...) 그것도 엄동설한에 자신의 나라를 떠나 천하를 주유하며 겪은 수난과 열정의 행로를 그리고 있는 부분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공자의 열정지로를 직접 따라가 보면서, 남아 있는 흔적을 디카에 담고 2500 년 전의 열정을 온몸으로 느끼고자 아무런 도움 없이 홀로 고군분투하는 눈물겨운 답사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올 여름에 재미있게 읽었던 최인호의 《유림》 2권은 '周遊列國 (공자 편)'인데, 여기서 이미 공자의 네 번의 출국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사전 배경지식이 든든하여 책 읽는 재미가 더 쏠쏠했습니다.
이 책은 《유림》 2권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 공자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출국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공자가 어렵게 어렵게 노나라에서 현재의 검찰총장에 해당되는 벼슬을 하면서 드디어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해보려고 하다가 그 뜻이 좌절되면서 쉰 다섯이라는 정말로 적지 않은 나이에 천하를 주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 - 이 책에서는 '공자 패밀리'라고 지칭함 - 중 아무도 그들이 그렇게 오랜 세월 떠돌아 다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그마치 14년의 주유천하 과정을, 저자는 '열정'이라는 코드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바른 도(道), 어진 정치를 해보고자 하는 공자의 식지 않는 '열정'이 아니고서는 이 희대의 사건을 도무지 설명할 수 없었나 봅니다.
잠시 공자를 단장으로 하는 주유천하 방란단의 구성원들을 저자식 대로 소개하겠습니다.
공자 | 주유천하 방랑단장. 2미터 10센티미터가 넘는 거구. 제자가 삼천에 이르렀으므로 춘추 말기 난세에 조그마한 봉국 하나를 무력으로 점거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으나, 끝까지 인과 예를 외치며 합법적으로 자신을 써줄 임금을 찾아다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가혹한 운명을 타고났으나 결코 굴복하거나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영원한 청년 정신의 소유자.
안연 | 애지중지 수제자. 공자가 정식으로 인가한 공문(孔門)의 넘버 투. 비실이 백면서생으로 29세에 백발이 되었으며 끝내 관직을 얻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는다. 요절의 원인은 가난에 따른 비위생적 환경과 단사표음(簞食瓢飮)으로 인한 영양실조로 추정됨.
자로 | 우직 막강 보디가드. 출신은 빈천하나 심지가 강하고 용맹하다. 공자의 제자가 되기 전, 공자를 업신여기고 폭행하려 한 전과가 있음. 공자는 인정하지 않으나 스스로 조직의 넘버 투라고 자처함. 나중에 공자는 "자로를 제자 삼은 뒤로는 나를 욕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 것으로 보아, 공자의 경호원임이 분명함. 이 책에서는 '깍뚜기 형님'으로 표현함.
자공 |영리한 깍쟁이. 언변이 뛰어나고 외교술에 능하며, 재물을 불리는 데도 상당한 재능을 발휘했다. 사마천은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골고루 알려지게 된 것은 자공이 그를 앞뒤로 모시고 도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함. 공문 제자 가운데 가장 부자가 됨.
염구 | 얍삽한 능구렁이. 약삭빠르게 출세 가도를 달려, 공자가 14년에 걸친 주유를 끝내고 노나라에 돌아올 수 있게 공을 세운다. 출세를 우선시한 나머지 공자 학당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식 파문을 당한다. 서방의 유학자 크릴(Creel)은 그를 "빵 어느 쪽에 버터가 발렸는지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 파문을 당하고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공자 학당을 계속해서 들락거림.
공자와 그 제자들의 특징을 이처럼 재미있고 명쾌하게 설명한 것을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장난 같아 보이는 이런 표현만으로 자칫 이 책이 함량 미달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진 마시기 바랍니다. 재미있게 풀어 쓰는 능력은 저자의 탁월한 재능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내불외유를 추구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가 얼마나 공자에 대해 진심으로 배우고 따르려는지가 글을 통해 여실히 드러납니다. 공자를 대하는 마음이 이와 같은데 어찌 허세가 묻어있으며 섣부른 문장으로 값싼 책을 만들었겠습니까.
공자를 이해하고 조만간 다시 읽을 《논어》를 이해하는 데 참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온다면 고전을 대하는 느낌이 보다 친숙해지고, 이해하기가 한층 수월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저자가 쓴 다른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공자와 같은 열정을 잃지 않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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