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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을 위한 변명
근 이십 일만에 독서노트를 씁니다. 최근 두 주 동안은, 독서노트를 쓴 이래 가장 무기력하게 보낸 날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몸이 몹시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주말에 충분히 쉬어서인지 몸이 좀 나아진 듯 합니다. 딸과 함께 일찍 잠이 들었다가, 새벽 두 시가 좀 넘어 눈을 떴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읽은 책들 중에서 오늘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가 조유식의 《정도전을 위한 변명》을 골랐습니다. 여름 휴가 때 동네 헌 책방에 들렀다가 눈에 띄어 골라두었다가 지지난 주에 오며가며 읽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조유식입니다. 저자 약력을 보면 '현재 《말》지 기자로 재직중'이라고 되어 있으나, 아마도 현재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대표인 그 조유식일 것입니다.
일전에 강준만 교수가 한겨레 21에 쓴 글 중에, 《말》지가 지금 생사기로에 서 있는데, 그 주범이 바로 오연호, 조유식, 천호영이라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오연호와 천호영은 각각 〈오마이뉴스》의 대표와 부사장이고, 조유식은 알라딘의 대표입니다. 그들이 《말》을 뛰쳐나와 독자적인 살림을 차려 월간 《말》이 위기상황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 말은 분명 사족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머릿속이 정돈되지 않습니다.
제 목 : 정도전을 위한 변명
지은이 : 조유식
펴낸곳 : 푸른역사 (초판 출간일 1997.11.20 / 2000.3.15일刊 1판 13쇄를 읽음) ₩8,500
저자 조유식이 월간 《말》지의 기자로 있으면서 '한국정치의 세대교체'라는 주제로 취재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어느 젊은 정치인으로부터 "그 문제라면 정도전을 한번 파보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저자는 정도전이라는 인물을 파헤쳤는데, 그 3년 동안의 기간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지난 3년 간 정도전은 나의 스승이자 선배이자 친구였다. 때로는 그가 품은 이상에 공감하며 가슴 뛰었고, 그의 눈물에 함께 가슴을 쳤으며, 때로는 그가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한 권모술수에 실망하여 책장을 덮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그를 위한 변명을 쓰기로 작정한 것은 몸을 사리지 않고 역사에 헌신한 그의 삶에서 진한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품은 이상이란, 천하만민 누구나 땅을 가져야 하며, 임금의 책무는 백성이 편안히 잘 살도록 하는데 있으니 왕이 왕답지 못하면 신하도 왕이 될 수 있다는, 철저한 민본주의적 철인정치 사상을 말합니다. 나아가 중국의 왕조 교체기의 어수선한 틈을 타 옛 땅 요동을 회복하고자 했던 그 큰 뜻을 말합니다. 그러나, 철저한 민본주의적 개혁가이자 혁명가이면서도, 창업에 장애가 된다면 스승도 죽마고우도 가차없이 제거하고 처단했던 냉혈한 정략가의 모습을 보면서, 저자와 마찬가지의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한 변명을 쓴 저자의 마음처럼, 선 굵게 살다간 정도전 삶을 보며 제 삶을 깊이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도전은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그리고 제갈량을 역할 모델로 삼았습니다. 공자에게서 실천적 지식인의 모습을, 맹자에게서 역성 혁명의 정당성을, 그리고 제갈량으로부터 군주를 도와 이상을 실현시키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역성 혁명을 위해 그는 이성계를 선택했으며, 덕분에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의 결단을 제외하고는, 스스로 무엇을 쟁취하는 형식보다는 남들이 밀어주고 추대하면 못 이기는 척 하나하나 이뤄나가다 마침내 이씨 왕조의 창업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이성계 특유의 덕성과 정치적 처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그늘에는 욕이란 욕은 다 먹어가면서 궂은 일에 앞장섰던 정도전이 있었습니다.
물론 옛 스승과 죽마고우를 처단하면서까지 추진한 조선의 창업이 절대적인 善이거나 정의였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고려말 원나라와 그에 빌붙은 부패한 집권층으로부터 고통받는 백성들을 보면서,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택할 수 있었던 길은 과연 무엇이었겠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아끼는 선후배이자 동심우(同心友)였던 정몽주와 정도전은, 비록 마지막 선택한 길은 달랐지만,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고 모든 것을 희생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역사가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정치든 인생이든 무심하고 덧없다,하면 달리 할 말이 없지만, 고조선 이래 수천년 간 이어 내려온 귀족중심체제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기도한 모반자이자, 이미 6백 년 전에 군주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재상 중심의 정치를 실천한 합리주의자였으며, 열강들 사이의 일시적 권력공백을 파고들어 만주 수복을 도모한 야심한 국제전략가 - 정도전을 6백 년이나 '역적'으로 낙인찍힌 채 파묻혀 있는 사료 창고 속에서 꺼내오는 것만큼은 분명 의미있는 일일 것입니다.
그동안 틈틈이 읽은 책들 중에서 오늘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가 조유식의 《정도전을 위한 변명》을 골랐습니다. 여름 휴가 때 동네 헌 책방에 들렀다가 눈에 띄어 골라두었다가 지지난 주에 오며가며 읽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조유식입니다. 저자 약력을 보면 '현재 《말》지 기자로 재직중'이라고 되어 있으나, 아마도 현재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대표인 그 조유식일 것입니다.
일전에 강준만 교수가 한겨레 21에 쓴 글 중에, 《말》지가 지금 생사기로에 서 있는데, 그 주범이 바로 오연호, 조유식, 천호영이라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오연호와 천호영은 각각 〈오마이뉴스》의 대표와 부사장이고, 조유식은 알라딘의 대표입니다. 그들이 《말》을 뛰쳐나와 독자적인 살림을 차려 월간 《말》이 위기상황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 말은 분명 사족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머릿속이 정돈되지 않습니다.
제 목 : 정도전을 위한 변명
지은이 : 조유식
펴낸곳 : 푸른역사 (초판 출간일 1997.11.20 / 2000.3.15일刊 1판 13쇄를 읽음) ₩8,500
저자 조유식이 월간 《말》지의 기자로 있으면서 '한국정치의 세대교체'라는 주제로 취재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어느 젊은 정치인으로부터 "그 문제라면 정도전을 한번 파보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저자는 정도전이라는 인물을 파헤쳤는데, 그 3년 동안의 기간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지난 3년 간 정도전은 나의 스승이자 선배이자 친구였다. 때로는 그가 품은 이상에 공감하며 가슴 뛰었고, 그의 눈물에 함께 가슴을 쳤으며, 때로는 그가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한 권모술수에 실망하여 책장을 덮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그를 위한 변명을 쓰기로 작정한 것은 몸을 사리지 않고 역사에 헌신한 그의 삶에서 진한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품은 이상이란, 천하만민 누구나 땅을 가져야 하며, 임금의 책무는 백성이 편안히 잘 살도록 하는데 있으니 왕이 왕답지 못하면 신하도 왕이 될 수 있다는, 철저한 민본주의적 철인정치 사상을 말합니다. 나아가 중국의 왕조 교체기의 어수선한 틈을 타 옛 땅 요동을 회복하고자 했던 그 큰 뜻을 말합니다. 그러나, 철저한 민본주의적 개혁가이자 혁명가이면서도, 창업에 장애가 된다면 스승도 죽마고우도 가차없이 제거하고 처단했던 냉혈한 정략가의 모습을 보면서, 저자와 마찬가지의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한 변명을 쓴 저자의 마음처럼, 선 굵게 살다간 정도전 삶을 보며 제 삶을 깊이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도전은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그리고 제갈량을 역할 모델로 삼았습니다. 공자에게서 실천적 지식인의 모습을, 맹자에게서 역성 혁명의 정당성을, 그리고 제갈량으로부터 군주를 도와 이상을 실현시키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역성 혁명을 위해 그는 이성계를 선택했으며, 덕분에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의 결단을 제외하고는, 스스로 무엇을 쟁취하는 형식보다는 남들이 밀어주고 추대하면 못 이기는 척 하나하나 이뤄나가다 마침내 이씨 왕조의 창업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이성계 특유의 덕성과 정치적 처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그늘에는 욕이란 욕은 다 먹어가면서 궂은 일에 앞장섰던 정도전이 있었습니다.
물론 옛 스승과 죽마고우를 처단하면서까지 추진한 조선의 창업이 절대적인 善이거나 정의였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고려말 원나라와 그에 빌붙은 부패한 집권층으로부터 고통받는 백성들을 보면서,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택할 수 있었던 길은 과연 무엇이었겠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아끼는 선후배이자 동심우(同心友)였던 정몽주와 정도전은, 비록 마지막 선택한 길은 달랐지만,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고 모든 것을 희생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역사가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정치든 인생이든 무심하고 덧없다,하면 달리 할 말이 없지만, 고조선 이래 수천년 간 이어 내려온 귀족중심체제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기도한 모반자이자, 이미 6백 년 전에 군주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재상 중심의 정치를 실천한 합리주의자였으며, 열강들 사이의 일시적 권력공백을 파고들어 만주 수복을 도모한 야심한 국제전략가 - 정도전을 6백 년이나 '역적'으로 낙인찍힌 채 파묻혀 있는 사료 창고 속에서 꺼내오는 것만큼은 분명 의미있는 일일 것입니다.
부록

댓글 4
예전에 용의눈물을 통해 정도전을 다시 본 적이 있습니다. 님의 글을 읽고 보니 정도전의 삶에 대해 관심이 생깁니다. 이 책 꼭 읽어봐야겠네요.
건강하세요.
그책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윤재도 많이 아프다던데...
들 몸조심해라.
하루 늦었다만 생일 축하한다.
황영선// 책 빌려드릴게요~~~ 그나저나 예전에 빌린 책 아직도 못 봤는데...으...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