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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이태준의 문장강화(文章講話)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얘기할 때 흔히 "적어도 한국에서 작가를 지향하는 사람들 또는 문학의 꿈을 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펼쳐 보았어야 했을 책"이라고 합니다. 최근 글쓰기의 효용에 대해 더욱 관심이 많아져서 문장 작법에 대한 책이 여럿 나왔는데, 그들 중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참조하지 않은 책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의 초판이 1940년에 나왔으니, 어언 반세기가 넘도록 빛바래지 않고 읽혀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의 글쓰기 교본'인 셈입니다. (이태준은 광복 후 월북했는데, 따라서 그동안 금서로 취급되다 1988년에서야 재출간되었습니다.)


   제   목 : 문장강화
   지은이 : 이태준
   펴낸곳 : 범우사 (초판 출간일 1995.1.25 / 2004.6.20刊 2판 1쇄를 읽음) ₩2,800

이런 책을 두고 어줍잖은 글, 그것도 순전히 제 것이 아니라 남의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급하고 서투르게 쓸 뿐인 제가 서평이랍시고 몇 자 끄적거리는 것이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이겠습니까. 그저 책을 읽다가 마음까지 동하여 밑줄을 그어 놓은 부분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문장강화》는 문장을 강(强)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문장강화(文章講話) 입니다. 즉 글쓰기 방법에 관해 쓴 글이란 뜻으로 수필 서간문 일기문 논설문 식사문 등 여러 종류의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많은 예와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범우문고의 《문장강화》는 문고판인 까닭에 원전에서 몇 개 항목을 빠져 있습니다. 차라리 원전을 살 걸하는 잠시 후회가 들기도 했으나, 오며 가며 편하게 읽기 위해 문고판을 샀던 것이니 굳이 후회할 필요까지야 없는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형편과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을 제외하여 그 진수 중의 진수만 뽑아 놓은 것이니 그야말로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최고인 셈입니다. (문고판은 쉬지 않고 쭈~욱 출간되어야 합니다! ^^)

책을 읽다 밑줄 그어 놓은 부분 중 일부를 그대로 옮깁니다.

글 짓는 데 무슨 별법이 있나? 그저 수긋하고 다독 다작 다상량하면 그만이라고 하던 시대도 있었다. 지금도 생이지지(生而知之)하는 천재라면 오히려 삼다의 방법까지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배워야 아는 일반에게 있어서는, 더욱 심리나 행동이나 모든 표현이 기술화하는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과학적인 견해와 이론, 즉 작법이 천재에 접근하는 유일한 방도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명필 완당 김정희는 "난초를 그리는 데 법이 있어서도 안 되고 법이 없어도 안 된다(寫蘭有法不可無法亦不可)"라고 하였다. 문장에서도 마찬가지다. - 문장작법의 새 의의

주장하지 않는다. 역설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로서만 느끼고 감사하고 즐거워한다. '자기로서만' 이것이 감상문의 본령이다. - 감상문에 대해

직접 슬프다, 기쁘다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그 정상을 묘사해서 독자가 절로 슬퍼지고 절로 기뻐지게 하는, 가장 우수한 수법이다. - 서정문의 묘사법에 대해

산문이라도 서정문은 가장 감정적인 글이다. 자칫하면 값싼 감상에 빠지기 쉬우니 내용이나 형식을 물론하고 고상한 풍격(風格)을 내기에 격별한 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품격이 없으면 거짓 울음이요, 거짓 넑두리가 됨을 면치 못한다. - 서정문의 영탄법에 대해

기행문에 나오는 학문이나 역사는 취미와 회고 정도에서 의미가 있지 무슨 강의를 하듯 고증과 주장을 일삼아서는 기행문이 아니라 학문이다. 기행문에서는 흥취로 교(驕)하되, 지식으로 교할 것은 아니다. - 기행문에 대해

누구에게 있어서나 수필은 자기의 심적 나체다. 그러니까 수필을 쓰려면 먼저 '자기의 풍부'가 있어야 하고 '자기의 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세사(世事) 만반에 통효(通曉)해서 어떤 사물에 부딪치든 정당한 견해에 빨라야 할 것이요 정당한 견해에서 한 걸음 나아가 관찰에서나 표현에서나 독특한 자기 스타일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수필에 대해

아무리 명문, 명화, 명담이라도 심중의 것을 100퍼센트로 발표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기에, 이루 측량할 수 없으니 일필난기(一筆難記)니, 불가명상(不可名狀)이니 하는 말들이 있어온다. 이 이루 측정할 수 없고, 일필난기요, 불가명상인 것을 '가급적 심중의 것에 가깝게' 표현한 것을 명문이라, 명화라 하겠는데 명문이나 명화 치고 일필휘지(一筆揮之)해서 되는 것은 자고로 하나도 없을 것이다.
(...) 일필에 되는 것은 차라리 우연이다. 우연을 바랄 것이 아니라 이필, 삼필에도 안 되면 백천필에 이르더라도 심중의 것과 가장 가깝게 나타나도록 개필을 하는 것이 문장법의 원칙일 것이다. 이렇게, 가장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문장을 고쳐나가는 것을 퇴고라 한다. - 퇴고에 대해

김황원이가 대동강에서
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
을 짓고는 다음 구가 나오지 않아 붓을 꺾었다는 말이 있다. 첫 한 구에서 할 말을 다해버린 까닭이다. (...) 너무 덤비지 말 것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 것이다. 기(寄)히 하려 하지 말고 평범하려 하면 된다. (...) 종위 위에 쓰려는 것이 확실히 깃들기 전에는 붓을 들지 말 것이다. 쓰려는 요령만 눈에 보인다고 덥석 쓰기 시작하면 중요한 부분이 첫 몇 줄에서 다 없어져버린다.
(...) 그리고 문장에 자신이 적을수록 구절을 얼른, 짧게 끊는 것이 좋다. 대개 첫 구절을 길게 끌어가지고 내려오다 얼크러놓는 것이 첫 솜씨들의 통폐다.- 서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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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금요일입니다. 기분 좋은 한 주 마무리 잘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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