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손병목의 독서노트

한홍구의 《대한민국史 2》

새벽에 산뜻한 기분으로 리뷰를 쓰려 했는데 밤새 잠을 설치고 나니 머릿속이 깨끗하지 않습니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따뜻하기는 한데 너무 건조해서 탈입니다. 가습기를 틀어두어도 습도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 때문인지 딸 아이가 밤마다 잠을 설치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정도가 좀 심했습니다. 코가 막히니 힘이 드나 봅니다. 코가 막히면 자연스레 입으로 숨을 쉬어야하는데 아직 그것이 잘 안 되나 봅니다. 겨울철 아파트 실내 습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뭐 없을까요?

어제에 이어 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史 2》에 대해 간단하게 리뷰하겠습니다. 실은 어제 하룻만에 감명 깊게 봤던 《민들레영토 희망 스토리》를 리뷰할까 했는데 머리가 좀 무거워 몇 자 못 쓸 것 같네요. 카페 민들레영토를 대한민국 1위 카페로 만든 지승룡 소장의 얘기는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목 : 대한민국史 2 - 아리랑 김산에서 월남 김 상사까지
   지은이 : 한홍구
   펴낸곳 : 한겨레신문사 (초판 출간일 2003.6.26 |2004.12.14일刊 초판 6쇄를 읽음) ₩11,000

《대한민국史》2권은 1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굳이 그 차이를 말하자면 2권에서는 주로 1950년 한국전 전후로부터 이야기가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1권에서 조선 말기부터 근현대를 다뤘다면 2권에서는 현대사를 거의 다루고 있습니다. 박정희, 김일성, 월남전, 군대의 역사, 학원 탄압의 역사 등이 주된 내용입니다.

특히 북한 전문 학자답게 김일성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눈에 띕니다. 제3부 <김일성이 가짜라고?>에서 '아리랑'의 김산에 대해 두 꼭지를 다루고, 이어서 '김일성 가짜설'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누가 왜 '김일성 가짜설'을 만들었으며, 또한 왜 당시 대중들은 실제 김일성의 독립운동 성과보다 더 크게 확대하여 신격화시켰는가에 대해 매우 설득력있게 말하고 있습니다.

독립운동 진영의 거듭된 패배와 일제의 기세에 눌려 패배주의에 빠져있을 때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가 가져다 준 의미는 상당했다는 것이 주된 논리입니다.
보천보 전투는 김일성 부대의 단독작전도 아니었고, 당시 보천보에 일본군이 주둔하지도 않았고, 경찰 주재소에 6~7명의 경찰관이 근무할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경찰소장의 환송회를 하느라 술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거기에 중무장한 100여 명의 유격대가 가서 술에 절고 전 경관 6~7명을 제압한 사건입니다. 사실 별로 큰 성과도 아닙니다. 중무장한 유격대 100여 명이 술 취한 경과 6~7명과 싸워 이기지 못했다면 그것이 도리어 말이 안되는 꼴입니다. 그러나 이 전투는 그 성과와는 무관하게 당시 파탄 직전까지 갔던 만주의 조-중 민중간의 공동항일전선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며 패배주의에 빠진 대중들에게 독립의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보다 더 전과가 높았던 구시간전투나 간삼봉전투가 있었지만 보천보전투가 대중들에게 크게 기억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김일성의 유격대 활동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허황된 얘기로 만들어집니다. 일종의 신화나 전설이 된 것입니다. 이 전설은 김일성 부대의 창작품도 아니고 1945년 이후 이북의 역사가들이 조작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들은 다만 김일서 우상화에 이를 이용했을 뿐입니다. 이런 전설같은 영웅담은 당시에 김일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고, 심남일이나 전해산 같은 의병장들도 일본군과 몇 차례 승리하면서 대중들은 이들이 도술을 부린다는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은 역으로 당시 김일성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와 기대를 보낸 층의 의식이 반일정서는 매우 강하지만 문화적으로는 매우 낙후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당시 대중들의 김일성에 대한 인식이 이런 상태였으니 해방 후 이북의 실권을 장악한 김일성이 항일운동을 했던 그 김일성이라는 사실을 곧이 곧대로 알리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았을 것입니다. 반면 박정희는 일본육사를 졸업할 당시 육사교장으로부터 "모든 조선의 젊은이는 다카키 마사오 소위를 본받으라"는 칭찬까지 들었다는데, 김일성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전설적인 항일운동의 영웅 김일성의 실체에 대한 부정은 하지 아니하고, 북한의 김일성은 그 이름을 사칭한 '가짜'라는 설을 유포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학문적으로는 허황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한편 서구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김일성은 만주에서 소규모 유격대를 이끈 것은 사실이나 한국 공산주의운동과는 무관하게 중국 공산당의 지도체계 속에서 성장한 인물로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 않았으며 그가 해방 뒤 이북에서 권자에 오른 것은 자신의 항일투쟁의 업적 때문이 아니라 소련의 지원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구의 연구자들은 유격대 지도자로서 김일성의 활동을 인정하면서 한국민족해방운동 지도자로서의 김일성의 경력은 폄하하고 있습니다.
한교수에 의하면, 항일영웅으로서의 김일성의 식민지 조선의 특수상황 속에서 다분히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당시 식민지 조선의 대중에게는 다시 없는 영웅이었다고 합니다.

이상이 제3부 <김일성이 가짜라고?>의 주된 내용입니다.
이 외에도 1부에서는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 - 베트남 전쟁 참전에 대해서, 2부에서느 박정희에 대해, 4부에서는 군대와 병역 기피의 역사에 대해, 5부에서는 비리사학의 뿌리와 대학입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6부에는 하나의 주제로 묶기 어려운 네 꼭지의 얘기가 있습니다.

《대한민국史》1,2권은 모두 시사 잡지에 연재되었고, 신문사에서 출간되어서인지 사진 자료가 풍부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잡지에 연재한 까닭에 각 얘기의 분량이 일정해서 읽기에 지루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가까운 근현대사를 이처럼 쉽고 예리하게 풀어내는데 한홍규 교수만한 사람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비록 한교수의 역사 평가에 모두 동의하지 않더라도, 역사의 한 켠에 보이지 않게 방치해 두었던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의 '사실(fact)'로서 받아들이기 위해서라도, 많은 분들께 이 책의 일독一讀을 권합니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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