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손병목의 독서노트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1권

고등학교 때 국사 선생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국사 시간, 정말 재미없었습니다. 중학교 때의 수업 시간은 별로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 고등학교 국사 시간만 말씀 드린 겁니다. 중학교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역사라는 과목은 정말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입 학력고사 성적도 별로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게는 말 그대로 '암기' 과목이었고, 특히나 외우기 힘든 암기 과목이었습니다.

대학 때 다행히 근현대사를 다룬 책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입학하자마자 <바로 보는 우리 역사>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와 같은 책을 읽었습니다. 남들은 '새로운' 시각이라고들 말하던데, 저는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현대사는 거의 배운 적이 없었고 근대사 역시 특별한 '관점'이 없이 오로지 암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대학 때 '새로운' 관점이 생긴 것이 아니라, '처음' 역사관을 정립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 머릿속에는 단편적인 역사 지식만이 나열되어 있는 것 같았고, 최근까지도 '날 잡아서 제대로 역사 공부 한번 해봐야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정 시기만을 다룬 '미시사'도 의미가 있겠지만 제게 필요한 것은 우리 나라 역사 전체을 아우르는 통사通史적 지식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를테면 '교과서식 역사' 말입니다.

이런 생각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다가, 드디어 지난 주에 '기초'가 될만한 텍스트를 찾았습니다. 이름도 '교과서'입니다.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2002년 3월에 펴낸 책입니다.
사진과 그림 자료도 풍부하고, 무엇보다 알기 쉽게 시대적 정황을 풀어 설명하고 있어 국정 교과서의 무미 건조한 말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수업 시간에 공부하듯이 국사 교과서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해가면서, 정말 즐거운 마음을 책을 읽었습니다.


   제   목 :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 제1권 - 민족의 형성과 민족 문화
   지은이 : 전국역사교사모임
   펴낸곳 : 휴머니스트 (초판 출간일 2002.3.12 |2005.1.3일刊 2판 16쇄를 읽음) ₩15,000

참고로, 이 책은 중학교 국사 교과서를 대신하는 '대안 교과서'를 표방하고 출간된 것입니다. 중학교 교과서를 보면서, 이제서야 머릿속이 정리되는 제 자신이 좀 한심스럽기는 하지만, 모르는 것을 알아간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중학교 수준의 청소년 교양서를 읽고서 '감격에 겨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서평을 쓰는 것입니다.

1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과거에 '통일신라시대'라고 불렀던 시기를 '남북국 시대'라고 명명한 것이었습니다. 남쪽의 신라와 북쪽의 발해까지 포함하여 명명한 것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명명법을 왜 학교 다닐 때에는 들어보지 못했는지 지금 생각하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학교 다닐 때에 '발해'가 정말 '우리' 나라 역사에 포함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매우 자연스럽게 발해를 우리의 역사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9세기 선왕 때 전성기를 누리던 발해가 왜 갑자기 거란에게 멸망당한 것일까? 책에서는 "최근 천 년간 가장 큰 화산 폭발이었던 백두산 화산 폭발이 원인이었다는 주장도 나오는 가운데 '우리 시조는 발해의 국내가 서로 뜻이 맞지 않는 틈을 타 싸우지도 않고 이겼다.'라고 기록한 거란인들의 지적이 눈길을 끈다."고 적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연구가 더해져야 할 대목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정말 기획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1,500 여 컷의 이미지 자료가 시각을 즐겁게 하고, 본문 외의 <여성과 역사> <문화재를 찾아서> <청소년의 삶과 꿈>이라는 꼭지가 역사 지식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각 장 첫 머리와 책 말미에 포함된 연표는 본문과 함께 보면서 흐름을 익히는 데에 매우 유용합니다.
시간이 꽤 걸렸지만 제대로 공부할 겸 연표를 제1권에 해당되는 연표를 그려봤습니다. 오른쪽에 녹색으로 표시한 것은 같은 시기 중국의 왕조를 나타낸 것입니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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