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손병목의 독서노트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중국中國이라는 단어는 아마 제 평생을 따라다닐 것 같습니다. 중국영화 - 정확하게 말하면 당시 홍콩영화 - 를 보다가 그냥 중국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중국어과를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겨우 겨우 졸업했습니다. 졸업했다기 보다는 힘겹게 그 가시밭길(?)을 지나왔습니다. 지금도 혹여나 주위에서 누가 중국어 한마디 하라고 할까봐 덜컥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제대하고 군대에 다시 복귀하라는 꿈을 꿀 때와 비슷한 심정일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중국中國이라는 단어는 제게 무척이나 친근함을 줍니다. 작년 언제쯤엔가 서점에 들렀다가 《중국,중국인,중국음식》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괜히 사봐야할 것 같은 의무감(?)에 사뒀다가 이제야 겨우 읽었습니다.


   제   목 :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지은이 : 주영하
   펴낸곳 : 책세상 (초판 출간일 2000.8.25 |2004.5.10일刊 초판 6쇄를 읽음) ₩3,900

왕십리역 5번 출구 근처에 있는 '영흥반점永興飯店'에 대한 추억으로 글이 시작됩니다. 저자는 손님 없는 식당에 들어가서 중국 태생 주인과 얘기하다가 중국인 주인이 왜 한국인은 자기들을 "데놈이니, 중국놈이니 하냐"고, 왜 말끝마다 '놈'자를 붙이냐고 항변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묻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과연 중국인 하면 무엇을 떠올리는지?"

이글은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저자가 중국에 대한 인류학적 이해를 위해 돕기 위해 쓴 것입니다. 인류학이라고 해서 그리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음식의 생산과 소비 과정을 통해서 오늘날의 중국과 중국인을 좀 더 '제대로' '본질적으로' 이해하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 저는 '중국에 대한 인류학적 이해'를 제대로 해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장면에 대해 갖고 있던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 중국인의 전통적인 음식 소비와 개혁개방 이후 중국 도시인의 음식 소비 문화에 대해 조금은 이해를 했습니다. 북방에서는 밀가루 음식과 홍차를, 남방에서는 쌀밥과 녹차를 주로 마신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철가방이 사실은 중국의 '나무가방'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는 몇 해 전 VJ 특공대에서 '중국에는 배달 문화가 없다'라고 한 것과는 상반된 사실입니다. 개혁개방 이후 서구의 패스트푸드가 중국 내에 자리 잡았는데, 베이징을 포함한 북방에는 맥도널드가, 상하이를 비롯한 남방에는 KFC가 많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면류의 세계적 기원지라고도 일컬어지는 중국의 현재의 면류 가공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10년이나 뒤떨어졌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베이징의 평균 엥겔지수가 48.53%(1995년 기준)이라는 사실에 더 놀랐습니다(우리나라는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상성은 내부자의 시각에서 보면 결코 사건이 될 수 없지만 외부자의 시각에서 보면 중요한 사건이 되듯이, 자문화 중심의 이데올로기로 벗어나 가급적이면 내부자의 시각에서 그 문화를 바라보자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그러한 의도가 어느 정도 실현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것 저것 많은 것들을 나열하였지만 그 내용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아니면 문고판의 한계인 걸까요.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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