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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회사에서 1박 2일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상품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미리 몇 권의 책을 함께 읽고 갔습니다. 먼저 발제를 하고 토론을 했습니다. 너무 짧은 일정이라 아주 깊은 수준까지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무척 의미가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함께 참여한 사람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관계'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신영복 선생의 글에, '관계'는 책임감을 갖게 한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보내드리는 독서노트도 '관계'를 통한 자신과의 약속 맺기 성격이 강합니다. 제가 읽고 정리하고 싶어 쓰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딘가에 저의 독서노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은 책임감을 갖게 합니다. 책임감은 이 행위를 한결 같이 지속되도록 만들어 줍니다. '관계'로 인해 책임감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제 스스로 발전하는 모델입니다.

제가 독서노트를 구상하게 된 것은, 이전에 이미 이런 형식의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가장 광범위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도 이와 유사하되 주제가 경영(마케팅)으로 전문화된 것입니다. 경제분야에는 <예병일의 경제 노트>라는 것도 있습니다.


   제   목 :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지은이 : 조영탁
   펴낸곳 : (주)휴넷 (초판 출간일 2004.12.10 |초판 1쇄를 읽음) ₩12,000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아침마다 메일 서비스로 제공되던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책 속의 내용 상당 부분을 저는 이미 메일로 접했습니다.
책의 모든 내용은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단, 이 책은 하루하루 전했던 이야기를 몇 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재정리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입니다. 인터넷에서 대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책으로 묶여 나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책으로 엮여 나왔는데, 전 굳이 책을 살 생각은 없었습니다. 일종의 '명언집'인데, 큰 감동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는 분으로부터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이 책의 성격상 '가볍게' 읽어 보기에는 참 좋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책의 어느 부분이든 펼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경영 아케팅 분야 대가大家의 주옥같은 명문장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조영탁 님의 간단한 의견(해설,느낌 등)이 덧붙여 있습니다. 짧은 글들이라 지루하지 않고, 명문名文만을 가려 놓은 것이라 경영과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아주 유익한 내용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책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책 읽는 맛이 좀 덜합니다. 비록 쉽게 읽을 수 있고 부담 없이 읽을 수는 있으나,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동의 깊이는 얕을 수밖에 없습니다. 명문名文들로만 구성되어 있기에 그 문장에서 느껴지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장문의 책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문장으로부터 느끼는 감동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노래에는 리듬이 있습니다. 강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강-약-약-약-강-약-약-약', 예를 들어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나 어떤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강-강-강-강-강-강-강-강'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결국에는 '약-약-약-약-약-약-약-약'과 같이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영탁 님의 이 책이 마치 그러합니다. 명문이 명문의 힘을 약화시킵니다.
둘째, 책을 읽으며 얻은 지식을 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 책 하나를 덮고, 거기서 단 하나의 메시지를 인상 깊게 받아들여 간직한다면, 그것은 실천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반면 이런 류의 책은 좋은 말들이 너무 많아 -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큰 감동을 받지 못하고, 결국 실천으로 옮기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하면 말도 안 되는 문장이 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입니다.
"규칙 1. 고객은 항상 옳다. 규칙 2. 만약 고객이 옳지 않다면 규칙 1을 상기하라. (p.210)
고객이 무조건 옳다는 사고는 잘못입니다. 회사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고객, 평생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고객이 함께 할 수 있는 고객입니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p.222)"
결국 자신이 처한 사정에 따라 행간의 의미를 가려 읽어야 할 것입니다. 반면 이와 비슷한 책으로, 작년에 우리나라에 출간된 《한권으로 읽는 드러커 100년의 철학》을 보면, 피터드러커의 많은 책들 중에서 명문만을 가려 재구성한 것인데, 그 모든 문장을 하나로 연결하여도 전혀 모순이 되지 않는 일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잘 보이는 책상 위 책꽂이에 꽂아 두고, 가끔 꺼내어 보면 문득문득 깨달음을 얻거나 반성을 기회가 생길 것 같은 책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원문의 출전을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애석하게도 저작권을 피해가려는 의도였는지 원문을 밝히지 아니하고 그 말을 한 사람의 이름만 밝힌 경우가 꽤 많습니다.)

*
<고도원의 아침편지>도 일찌감치 책으로 나왔고, <예병일의 경제 노트>도 책으로 나왔고,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도 이렇게 책으로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이 독서노트도 언젠가는 책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팔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영탁 님의 메일은 처음부터 경영 전문 사이트 휴넷의 회원들에게 강제로 (조영탁 님이 본인이 직접 추천한 형식을 빌어) 발송하여, 어느덧 50만 회원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반면 저의 독서노트 독자는 아직 천 명도 안 됩니다. 그렇다면 독자가 많이 늘어나면 가능한가? 그것도 아닙니다. 제가 쓰는 이 정도의 글의 완성도를 가지고 책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입니다. 그저 이 글을 씀으로 인해 하루 하루를 낭비하지 아니하고 부지런히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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