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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김진애의 《남녀열전》

《남녀열전 - 파트너일까, 라이벌일까?》 좀 유치해보이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무언가 생동감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남녀 각 23쌍, 그러니까 자그마치 모두 46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 하나에 적지 않은 인물들을 다루고 있으므로, 사람을 살펴봄에 그 깊이가 그리 깊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단순한 흥미거리 이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이 저자 - 김진애,라는 사람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전혀 몰랐다고 하는 표현이 맞습니다. 예전에 얼핏 들은 기억은 있으나 별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이 책에서 등장하는  첫 쌍이 드라마 작가 김수현과 셰익스피어입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한 쌍인가, 처음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줄곧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을 보면 저는 책 읽을 자격이 별로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생각은 않고 처음부터 삐딱한 자세로 책을 펼쳤으니까요.


   제   목 : 남녀열전 - 파트너일까, 라이벌일까?
   부   제 : 당신의 매력과 쓸모를 키우는 인물 상상력
   지은이 : 김진애
   펴낸곳 : 샘터 (초판 출간일 2004.12.3 |초판 1쇄를 읽음) ₩9,000

그러나 저의 이런 삐딱한 시선은 단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원상복귀되었습니다. 나아가 얘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러니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면서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갑자기 저자가 누군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책 앞 날개에 있는 저자의 소개를 몇번씩 다시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에 등장하는 그 누구보다 저자 '김진애'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이 책 한 권만 놓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 면이 있지만, 어쨌거나, 점점 저자의 팬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이 책에는 장장 마흔 여섯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정확하게는, 소설과 영화 속의 인물인 '올란도'와 '동방불패' 두 명을 빼면 마흔 네명입니다). 이들을 각각 두 사람씩 쌍을 이뤄 소개하고 있는데 모두 남녀 한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김수현과 셰익스피어, 오프라와 김용옥, 마돈나와 앙드레 김, 서태후와 정주영, 시오노 나나미와 강준만, 나혜석과 이상, 황진이와 피카소 등 일렬로 나열된 이들의 이름만 봐서는 이들이 각각 쌍을 이루고 있는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거침없이 술술 풀어냅니다. 다독多讀과 다상량多商量의 결과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녀의 저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읽는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을까. 다독과 다상량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무엇보다 저자의 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식의 인물열전을 쓴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없이는 불가한 일인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의 사상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저자는 그들을 '흠모'의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매력'이 있고 '쓸모'가 있으며 - 이 책의 부제가 <당신의 매력과 쓸모를 키우는 인물 상상력>입니다 - 열정적 일 중독자(워커홀릭)들입니다. 은연중에 저자가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비판하면서도 긍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우리 사회에 비난과 비판은 많지만 그 사람의 매력은 무엇인지,어떤 쓸모가 있는지 같은 긍정적인 평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아쉬웠어요." 그녀의 말에 동의합니다.
(참, 그런 그녀에게도 서태후만은 예외입니다. 본문에서도 저자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더니, 책 뒤에 저자가 등장인물의 매력지수와 쓸모지수를 별점으로 표시한 것이 있는데, 서태후에게는 별을 단 하나도 온전하게 주지 않았습니다. 그 외의 거의 모든 인물을 별 4~5개씩으로 평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다음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입니다. (목차를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소통] 당신이 즐겁다
김수현 vs. 셰익스피어: 통속 대사의 마술사
오프라 vs. 김용옥: 무대 위의 스타 커뮤니케이터
마돈나 vs. 앙드레 김: 섹스어필 패션의 프로와 안티
애거서 크리스티 vs. 히치콕: 살인을 즐기는(?) 추리 인간
어우동 vs. 카사노바: 섹스 스캔들의 대가
박세리 vs. 히딩크: 꿈★을 이루는 승부사
한비야 vs. 이원복: 대한민국의 명랑 남녀
  
[권력] 당신이 흥미롭다
대처 vs. 마키아벨리: 악역을 맡은 현실 인간
시오노 나나미 vs. 강준만: 권력과 한판 겨루는 작가
힐러리 클린턴 vs. 앨버트 고어: 1인자를 꿈꾸는 2인자
오리아나 팔라치 vs. 체 게바라: 반 권력의 마이너리티
마타하리 vs. 오스왈드: 운명적인 스파이와 암살자
서태후 vs. 정주영: 제국의 창립자와 파괴자
콘돌리자 라이스 vs. 롬멜: 같고도 다른 여장군과 남장군
엘리자베스 1세 vs. 세종대왕: 르네상스 국가의 CEO
강금실 vs. 고건: 정치 경계상의 공직자
  
[유혹] 당신에게 끌린다
전혜린 vs. 미시마 유키오: 신화를 남긴 자살 인간
레니 리펜슈탈 vs. 미켈란젤로: 신의 세계를 넘본 거인 예술가
나혜석 vs. 이상: 불멸의 신여성과 신남성
박경리 vs. 이어령: 내 안의 뿌리 인간과 미래 인간
마더 테레사 vs. 법정스님: 세속을 넘나드는 신앙 인간
황진이 vs. 피카소: 위험천만한 풍류 남녀
올란도 vs. 동방불패: 상상 속의 양성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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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金鎭愛, KIM Jinai) : 1953년 2월 생
건축가, 칼럼니스트, 방송 출연자로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공대 800명 중 유일한 여학생이자 미 MIT에서 건축 석사와 환경설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산본 신도시, 인사동길 설계' 등으로 이른바 '남자 분야'로 여겨지는 건축과 도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개척했다. 웹진 www.archforum.com을 운영하고 있다. 1994년 미 타임지가 '차세대 리더 100인'으로 꼽기도 했다. 저서로 『이 집은 누구인가』 『나의 테마는 사람, 나의 프로젝트는 세계』 『새로운 種의 여자 메타우먼』『남자 당신은 흥미롭다』 『여자 우리는 쿨하다』『21세기엔 이런 집에 살고싶다』등이 있다.
2003년에는 열린우리당 17대 총선 선대위원장을, 2004년 제17대 열린우리당 서울 용산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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