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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을 사면 으레 판권부터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예전에 출판일을 할 때 생긴 버릇입니다. 초판 47쇄, 2판 28쇄, 3판 107쇄 - 그러니까 도합 182쇄째 찍어낸 책을 내가 본 것입니다.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서야 이 책을 읽다니.
하기야 이런 책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앞으로도 나를 깨우치고 나의 삶을 이끌어 줄, 아직 읽지 못했지만 제가 읽어주는 날을 기다리는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책 읽는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제   목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원   제 : TUESDAYS WITH MORRIE
   지은이 : 미치 앨봄(Mitch Albom)
   펴낸곳 : 세종서적 (초판 출간일 1998.6.10 |2004.10.1일刊 3판 107쇄를 읽음) ₩8,500

이 책은 루게릭 병에 걸린 주인공 모리의 마지막 삶의 여정을 제자인 미치가 보고 기록한 것입니다. 실화입니다. 모리는 사람 좋은 사회학과 교수입니다. 그런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루게릭 병 판정을 받습니다. 청천벽력같은 판정을 받고 병원을 나오면서 모리는 깜짝 놀랍니다. 제자인 미치는 그 때의 선생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멈춰져야 되는 게 아닌가? 저 사람들은 내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나 있을까?
하지만 세상은 멈추지 않았으며, 아무 일 없는 듯 잘도 돌아갔다. 선생님은 힘없이 차문을 열면서 나락 속으로 추락하는 느낌을 맛봤다.

누군들 이런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로부터 모리는 급속도로 병세가 악화되어 차 브레이크를 밟을 힘도 없어지고, 혼자 걷기도 어려워집니다. 근 위축성 측색 경화증이라고 불리는 루게릭 병은, 이처럼 대개 다리에서 시작하여 근육이 서서히 위축되어가다가 급기야 호흡이 불가능해져서 죽음에까지 이릅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안 모리는, 생각보다 빨리 그 끝이 오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는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이미 병원에서 시한부 생명이라는 선고를 받고 나오면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삶의 중심이 될 마지막 프로젝트로 삼습니다. "천천히 참을성 있게 생명이 사그라드는 나를 연구하시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시오. 그리고 나와 더불어 죽음을 배우시오." 그의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책을 채 몇 쪽도 읽기 전에, 이 책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큼의 위력이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어가면서 계속해서 남은 분량을 확인했습니다. 그 분량만큼 그의 생명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덮으면 그의 생도 끝나 있겠지...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눈물부터 납니다.

매주 화요일, 제자 미치는 1,100킬로미터 이상을 날아서 스승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스승 모리로부터 생애 마지막 강의를 듣습니다. 그러기를 열 네 번만에 그 강의는 종강합니다. 졸업식이 곧 장례식이 된 이 마지막 수업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모든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에서야 확인했는데 한 인터넷 서점에 이 책의 독자 리뷰가 244개나 쓰여 있습니다. 아마 내가 본 책들 중에 가장 많은 수인 듯 합니다. 개중에는 이 책을 다섯 번 읽었다는 독자도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저 또한 몸이 많이 아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될 때가 만약 온다면 당장 이 책부터 집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모리 교수가 그랬듯이,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미 모리 교수가 보여주었듯이, 자신이 죽는 순간 조차 주위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는 그런 최후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자신이 돌아갈 날을 대비하여 미리 초상화도 준비하고 수의도 준비합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자신이 묻힐 자리까지 미리 찾아 둡니다. 저는 거기에 더해 이 책 한 권을 꼭 챙길 것입니다. 아직 닥치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서 그 고통과 절망감이 어느 만큼인지 감히 상상을 할 수 없지만, 모리 교수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죽음으로 가는 길조차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모리, 당신의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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