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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19단의 비밀 - 다음은 인도다

인도가 '뜨기' 시작했다는 것은 신문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감'으로 조금 느끼고 있었을 뿐, 여전히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IT 분야의 인력들이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정도일 뿐, 그것도 고급 기술자라는 인상보다는 단순 코더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상당한 인력이 인도인인데 아마도 핵심 기술은 미국인들이 맡고 인도인들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정말이지 붓다와 간디, 네루의 이름 빼고는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관심 밖이었습니다. 인구 많고 못사는 나라 - 제 머릿속 인도의 이미지였습니다.


   제   목 : 19단의 비밀 - 다음은 인도다
   지은이 : 이장규, 김준술
   펴낸곳 : 생각의 나무 (초판 출간일 2004.11.30 |초판 1쇄를 읽음) ₩9,800

이 책을 통해 그런 생각이 매우 편협하고 잘못된 것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중국 이상의 발전 잠재력을 가진, 무서운 힘을 가진 나라임을 처음 알았습니다. 비록 이 책이 인도의 모든 것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미래를 전망한 학술서는 아니지만, 기자의 눈에 비친 '현상'을 통해 그 '본질'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짧지만 참 흥미진진한 인도 여행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중앙일보 기자입니다. 이장규는 경제전문대기자(상무)이고, 김준술은 국제와 경제 분야 기자입니다. 그들이 인도를 탐방하고 온 이야기를 여섯 개의 주제로 엮어 놓았습니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이자, 첫 장의 제목인 〈19단의 나라〉에서 인도의 발전 잠재력을 단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인도 아이들은 구구단 대신 '19단'을 술술 외웁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의 어린이가 9×9=81을 말할 때, 인도 아이들의 입에선 영어로 "Nineteen by nineteen = Three hundred and sixty one (19×19=361)"이 금세 튀어나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그들의 기초 수리 능력이 뛰어날 밖에 없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0과 무한대의 개념을 처음 생각해 낸 나라 역시 인도입니다. 십진법을 만들어 아라비아에 전파한 것도 인도인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수를 읽고 이해하는 덩치도 훨씬 큽니다. 서양에서 세 자리, 우리나라에서 네 자리로 수를 끊어 읽을 때, 인도는 다섯 자리에서 일곱 자리 단위로 끊어 읽습니다.  ( 19단표 다운로드)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가 미국의 MIT에 자극을 받아 만들었다는 IIT(인도공과대학: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는 MIT 이상의 학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교수 대 학생 비율(1:8) 면에서도 우수하고, 4년간 무려 190학점을 이수해야한다는 것도 그러하고, 무엇보다 인도의 연간 고등학교 졸업생 1,200만명 중 고르고 골라 0.0003 퍼센트인 3,500명을 뽑으니 그 인력의 우수함은 가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인도에서 ITT는 명예와 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재들의 몸값은 어느 정도 될까?
"월급요? 처음에는 한 달에 2만 루피만 주면 돼요. 그러면 어느 회사라도 만족스럽게 일할 것 같아요." IIT의 학생은 그렇게 말합니다. 2만 루피는 우리 돈을 약 50만원에 불과합니다. 세계적인 두뇌의 고급 인력, 그것도 공용어가 영어인 그들을 전 세계 유수의 IT 업계에서 눈독을 들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대치동 뺨치는 과외 열기가 있는 곳,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에 이은 여섯 번째 핵 보유국, 1980년에 이미 독자 위성을 발사한 나라, 수많은 외국 기업들이 몰려 있는 데칸 고원의 IT 신천지 방가로르가 있는 곳,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경영을 한다는 매출액 10억 달러(1조 2천억원) 인포시스(infosys)가 있는 곳, 미국 다음으로 연구개발센터가 많은 나라가 바로 인도입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그 짧은 시간에 노벨상 수상자를 6명이나 배출한 것도 인도입니다.

인도에 대해 하나 하나 알아가면서 앞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인도를 지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003년 6월에 내놓은 〈브릭스(BRIC's)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4개 잠재 대국이 향후 30년 안에 세계경제의 새로운 판도를 주도할 것이라고 했는데, 다른 나라는 몰라도 인도만큼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했다고 합니다. 머지않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을 차례로 제치고 2030년에 가면 일본까지 추월할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가질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나라이지 현실적으로는 아직 중국과 비교가 안됩니다. 우수한 인적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반면 문맹률이 35%에 이르고 - 특히 여성의 경우 50%가 넘고, 여전히 절대빈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외국 기업이 더 이상 들어오기에는 인프라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으며,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관료주의의 벽은 높고도 높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이와 같은 인도의 '그늘'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10억의 인구를 가진 초대국이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한 지구상 유일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 최고의 빈민촌이 있는 곳이기도 한 - 저자의 말처럼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중국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큰 흐름 속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맞붙어 경쟁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는 바로 인도뿐"이라는 저자의 결론에 대해 비록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은 없지만, 드디어 '코끼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만큼은 확실했습니다. 인도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이 알고싶어집니다.

*
[보너스!! - 인도에 대한 상식]

인도는,
과거 1만 년 동안 어떤 나라도 침략하지 않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바라나시가 있다.
기원 전 700년에 세계 최초의 대학이 세워졌으며 각국에서 온 1만 5천 명의 학생들이 60개 과목을 공부했다. (기원 전 700년에!!!)
원주율을 처음 계산했다.
대수, 삼각법, 미분도 인도에서 유래했다.
2,6000년 전 인도인 수슈루타는 125가지 수술 도구를 사용하여 복잡한 수술도 거뜬히 해냈다.
기원전 100년에 10진법을 개발했다.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지배 전인 17세기 초까지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다시 그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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