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손병목의 독서노트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의 《뚝심경영》

주말에 부모님과 동생네 가족이 다녀갔습니다. 멀리 대구서 이곳까지 올라오기가 쉽지 않을텐데 어린 조카까지 모두 올라와 하룻밤을 함께 보냈습니다. 일요일에 서울역까지 모셔다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철도문고>에 들렀습니다. <철도문고>는 서울역 지하에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뜻하지 않게 3주 연속해서 서점에 들렀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만 책을 사왔었는데, 매장에서 책을 고르니 그 '맛'이 인터넷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눈으로 직접 몇 페이지고 자세히 읽어 보며 살 수 있고, 무엇보다 새로 나온 책들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온라인과 친숙해져있다고 해도 모니터를 보며 클릭하는 것보다 발품 팔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책을 보고 사는 것이 훨씬 편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매주 몇 권씩 사는 책값을 무시하지 못하니,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사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율은 정말 무시할 수 없거든요.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이 쓴 《뚝심경영》을 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읽고, 평소보다 일찍 잠든 딸애 덕분에 그날 밤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제   목 : 뚝심경영
   부   제 : 우황청심원에서 비타500까지, 광동제약 창업주 최수부의 경영 저력
   지은이 : 최수부
   펴낸곳 : 랜덤하우스 중앙 (초판 출간일 2004.10.15 | 2004.12.1일刊 초판 3쇄를 읽음) ₩9,800

이런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얼마 전에 소개드린 웅진식품 조운호 사장의 책을 읽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이 자신의 손으로 쓴 글에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특히 최수부 회장처럼, 아무 것도 없는 맨 손으로 온갖 시련을 겪어 가면서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조운호 사장의 이야기를 통해 기획과 마케팅의 생생한 실제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최수부 회장의 이야기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성공시대>式의 성실과 정직, 끈기, 뚝심으로 일관되는 '바른생활 사나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은 두 사람 모두 과거 MBC의 <성공시대>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이야기를 실제 인물이 아닌 허구의 인물을 세워 소설로 엮었다면 별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최씨 고집 40년의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의 '실화'입니다.

요즘 광동제약은 <비타500>으로, 그야말로 한창 '뜨고' 있습니다. 얼마 전 주간지 표지에서 비타500이 박카스의 아성을 공격하는 것을 형상화한 그림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일간신문에서도 "비타500, 박카스의 신화 깨뜨리마"라는 식의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요즘 광동제약, 말 그대로 참 잘 나가는 기업입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 우리에게 IMF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그 때, 광동제약 역시 부도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1998년 4월 28일, 주거래 은행인 한일은행으로 돌아온 32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가 났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최회장이 급히 은행으로 가는 동안 - 최회장은 그 길이 마치 천릿길 같았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 지난 40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영업사원 시절 문전 박대 당했던 일, 광동제약사 시절 외상으로 원료를 가져오려다 내동댕이 쳐진 일, 쌍화탕 가격 문제와 전칠 수입 문제를 놓고 정부 고위 공직자들과 갈등을 벌인 일들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그 40년의 파란만장한 광동제약 최수부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최회장은 초등학교 4학년 중퇴 학력이 전부입니다. 나중에 우리나라 유수의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긴 했으나, 그건 먼 훗날의 얘기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조센징이라고 학대받고, 해방 후 한국으로 와서 쪽발이라고 놀림당하다, 결국 집안의 가세까지 완전히 기울어 학교를 중퇴하기에 이릅니다.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아버지와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여덟 식구를 먹여살리기 막막했던 어머니를 보며, 최수부는 잠깐의 방황을 생각했지만, 가족과 어머니를 차마 버릴 수 없어 반나절의 가출을 접고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가장'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 때 최수부의 나이 열 두 살이었습니다.
시장통에서 온갖 안 해 본 일이 없던 그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군대에 다녀와 <고려인삼사>라는 제약회사의 외판원이 되고부터입니다. 제약사라고 해봐야 달랑 '경옥고' 하나만 만드는 회사였는데, 최수부는 타고난 뚝심과 배짱으로 입사하자마자 3년 연속 최다 판매왕을 차지하게 됩니다. 제가 이렇게 짧게 요약은 하지만 실제 읽어보시면 그의 오기와 뚝심에 혀를 내두를 것입니다.
그렇게 돈을 모아 결혼도 하고, 집 마당에 <광동제약사>라는 제약회사를 차립니다. 이 때가 1963년입니다. 우리나라에 박카스가 처음 판매되던 때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책의 1/3 정도를 차지합니다. 또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40년 최씨 고집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광동 경옥고>로 출발하여, <우황청심환>, <쌍화탕 (후에 '광동탕'으로 바꿈)>, <편자환>을 거쳐 <비타500>이 탄생하기까지의 창업주 최수부와 광동제약의 역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로지 '뚝심경영'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최수부 회장의 질리도록 원칙주의적인 경영 스타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끈기, 집념, 뚝심, 정직, 부지런함, 고집... 이런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이런 단어가 저에게는 더 이상 고리타분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말로 바꿔 표현하자면 "원칙 중심의 경영", "실천 중심의 경영", "행동하는 리더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억지 같다구요? 그렇다면 직접 사업을 한번 해보시거나 마케팅의 최전선에 한번 나가보세요.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옳다고 알지만 얼마나 많은 유혹에 흔들리는지, 그리하여 급기야 머뭇거리며 지나간 시간을 얼마나 후회하게 되는지를. 아는만큼 '마지막까지'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책 표지의 카피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버텨라 · 견뎌내라 · 이겨내라 · 성공의 기회는 살아남은 자에게 주어진다"

오늘 하루 힘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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