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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진료소
임종 전문 의사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도쿠나가 스스무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천리길도 마다 않고 찾아오는 의사로 유명합니다. 그는 오사카의 한 종합병원과 돗토리 적십자병원에서 27년간 내과의로 근무하다가 2001년 말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과 함께하고 싶어 돗토리 시내에 임종 전문 병원 '들꽃 진료소'를 개원하였습니다.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들꽃송이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들꽃 진료소'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누구나 결국은 다 죽는다. 그러나 혼자 죽어가는 것은 외로울 것 같다. 죽음의 순간, 옆에서 지켜주며 손을 잡아줄 수 있느 일을 해야겠다!"
그 순간부터 나는 의사를 목표로 삼아 정진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말기 암환자의 병실에서 함께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p.35)
제 목 : 들꽃 진료소
원 제 : 野の花 診療所まえ
지은이 : 도쿠나가 스스무
펴낸곳 : 김영사 (초판 출간일 2004.11.1 | 초판 1쇄를 읽음) ₩9,900
이 책은 저자가 들꽃 진료소를 차리기 전의 이야기를 적은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간혹 의사의 '본분'을 잊어버린 듯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자살을 '몸소 수행한' 사람이 구급차에 실려오면 차가운 손을 잡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나직한 목소리로 "해냈군요. 고생했어요!"라는 말을 합니다. 자살을 시도하다 '죽지 못한' 사람이 급하게 실려 오면,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천천히 신발을 갈아 신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맥박이 뛰지 않고 손이 이미 차가워졌으면 속으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한숨 돌립니다. 그리고는 "축하합니다!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은 원하던 바를 이루어낸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 책의 주된 이야기는 암이나 노환으로 죽음을 앞둔, 그러니까 피치 못할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에 대한 것입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의 밝은 듯 슬픈 듯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의 일상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연출한 모습이 아닙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애초부터 없는 듯, 죽음을 매우 자연스럽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잃지 않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죽음의 현장을 통해 오히려 생명의 경외감을 느낍니다.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나오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찔끔찔끔 눈물 흘리며 보다가, 혹 누군가 이상하게 바라볼까봐 읽던 책을 덮고 구름 낀 한강의 풍광을 멍하니 바라본 적도 있습니다.
제 느낌을 계속해서 얘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짧은 얘기 한 편을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비 밀
8월의 어느 금요일, 체중과 혈압측정을 마친 노무라 유코 씨가 내 앞에 있는 동그란 환자용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나이는 쉰두 살이다.
"가도 좋을까요? 여행을요."
"어디로 가십니까?"
"다쓰비 곶으로요."
"거기가 어디지요?"
"아오모리에 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간호사가, "아, 시모기타 반도에 있는..."이라고 아는 체를 한다.
그랬더니 노무라 씨는, "그쪽이 아니라 왼쪽 위에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2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는데 최근에 다시 왼쪽 늑골에 통증이 나타났다.
"뼈에 전이가 되었다고 방금 외과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노무라 씨는 몹시 낙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과에서는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 혈증으로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가튼 날에 외과 진료가 있어서 그쪽에 들른 다음 이리로 온 것이다.
"물론 괜찮습니다. 마음껏 즐기고 오세요. 도쓰비에서."
"선생님, 도쓰비가 아니라 다쓰비예요."
그러고 난 후 9월의 어느 날 진찰실 책상 위에 보니 종이 가방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가방을 열어보았더니 키홀더에 '다쓰비 곶'이라는 글자가 새겨 있었다. 그후로 나는 그녀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벌서 한 달이 지나 있었던 것이다.
"여행은 즐거우셨어요?"
간호사가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노무라 씨는 체중과 혈압을 쟀다.
"호텔에서 주무셨어요? 아니면 여관?"
내가 물었다.
"아니요, 조금 큰 왜건차를 샀어요. 시트를 뒬 젖히면 두 사람이 넉넉히 누워서 잘 수 있지요. 현지의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봐서 요리도 해먹고 온천지에 가서 온천도 하고 그렇게 지냈어요."
나는 다시 "온천 입장료는 얼마였어요?"하고 물었다.
"200엔요."
"싸네. 기노사키 온천보다."
"며칠 묵었어요?"
이번에는 간호사가 물었다.
"6박 7일."
"와, 부러워라!"
"그렇지요. 하지만 출발 직전에 뼈로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남편한테는 아직 비밀이에요. 여행 다녀와서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뭘 보더라도 마음이 무거워서 마냥 좋지만은 않았어요."
"남편이 잘해주었나요?"
"네, 이것저것 자상하게 신경 써주어어요. 퇴직금으로 왜건차를 사서 여기도 가자, 저기도 가자 하면서 몹시 즐거워하는 눈치였어요."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는 전이로 보이는 음영이 왼쪽 폐에도 나타나 있었다. 그후 한 달이 지난 10월에 노무라 씨가 다시 진료실을 찾았다. 보기에는 큰 차도가 없어 보였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지난주부터 외과에서 모르핀을 맞고 있답니다. 올해를 넘길 수 있을지... 하지만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직도 조심하고 있답니다."
자녀로 2남 1녀를 두었는데 장녀에게만 사실을 털어놓은 상태라고 했다.
"남편한테도 만약을 위해서 이것저것 가르치고 있어요. 된장과 소금, 인스턴트 라면이 있는 장소와 속옷 넣어두는 곳 등을요. 혼자라도 불편하지 않게 더 가르쳐야죠. 딸에게도 만약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아무 문제 없도록 가르쳐 주고 있고요."
"달한테 무엇을 얘기해주나요?"
"남편한테는 말 못하는 것들이지요."
"통장이나 등기부 같은 것?"
"선생님, 그건 여러 가지가 있어요. 남들에게는 말 못할 여자끼리의 일이죠."
간호사가 옆에서 거든다.
"그후 왜건차는 어떻게 했나요?"
내가 다시 물어다.
"글쎄 그게 말이에요. 남편이 시코쿠를 한 바퀴 돌자는 거예요. 가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지요."
되도록 신경을 덜 쓰게 하려고 처신하는 노무라 씨와 그 사실조차 모르는 남편과의 여행이 잠시 동안이라도 지속될 수 있기를 나는 바랄 따름이었다. (p.172~176)
저마다 그 느낌이 다르게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쿠나가 스스무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천리길도 마다 않고 찾아오는 의사로 유명합니다. 그는 오사카의 한 종합병원과 돗토리 적십자병원에서 27년간 내과의로 근무하다가 2001년 말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과 함께하고 싶어 돗토리 시내에 임종 전문 병원 '들꽃 진료소'를 개원하였습니다.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들꽃송이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들꽃 진료소'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누구나 결국은 다 죽는다. 그러나 혼자 죽어가는 것은 외로울 것 같다. 죽음의 순간, 옆에서 지켜주며 손을 잡아줄 수 있느 일을 해야겠다!"
그 순간부터 나는 의사를 목표로 삼아 정진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말기 암환자의 병실에서 함께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p.35)
제 목 : 들꽃 진료소
원 제 : 野の花 診療所まえ
지은이 : 도쿠나가 스스무
펴낸곳 : 김영사 (초판 출간일 2004.11.1 | 초판 1쇄를 읽음) ₩9,900
이 책은 저자가 들꽃 진료소를 차리기 전의 이야기를 적은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간혹 의사의 '본분'을 잊어버린 듯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자살을 '몸소 수행한' 사람이 구급차에 실려오면 차가운 손을 잡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나직한 목소리로 "해냈군요. 고생했어요!"라는 말을 합니다. 자살을 시도하다 '죽지 못한' 사람이 급하게 실려 오면,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천천히 신발을 갈아 신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맥박이 뛰지 않고 손이 이미 차가워졌으면 속으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한숨 돌립니다. 그리고는 "축하합니다!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은 원하던 바를 이루어낸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 책의 주된 이야기는 암이나 노환으로 죽음을 앞둔, 그러니까 피치 못할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에 대한 것입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의 밝은 듯 슬픈 듯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의 일상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연출한 모습이 아닙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애초부터 없는 듯, 죽음을 매우 자연스럽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잃지 않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죽음의 현장을 통해 오히려 생명의 경외감을 느낍니다.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나오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찔끔찔끔 눈물 흘리며 보다가, 혹 누군가 이상하게 바라볼까봐 읽던 책을 덮고 구름 낀 한강의 풍광을 멍하니 바라본 적도 있습니다.
제 느낌을 계속해서 얘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짧은 얘기 한 편을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8월의 어느 금요일, 체중과 혈압측정을 마친 노무라 유코 씨가 내 앞에 있는 동그란 환자용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나이는 쉰두 살이다.
"가도 좋을까요? 여행을요."
"어디로 가십니까?"
"다쓰비 곶으로요."
"거기가 어디지요?"
"아오모리에 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간호사가, "아, 시모기타 반도에 있는..."이라고 아는 체를 한다.
그랬더니 노무라 씨는, "그쪽이 아니라 왼쪽 위에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2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는데 최근에 다시 왼쪽 늑골에 통증이 나타났다.
"뼈에 전이가 되었다고 방금 외과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노무라 씨는 몹시 낙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과에서는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 혈증으로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가튼 날에 외과 진료가 있어서 그쪽에 들른 다음 이리로 온 것이다.
"물론 괜찮습니다. 마음껏 즐기고 오세요. 도쓰비에서."
"선생님, 도쓰비가 아니라 다쓰비예요."
그러고 난 후 9월의 어느 날 진찰실 책상 위에 보니 종이 가방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가방을 열어보았더니 키홀더에 '다쓰비 곶'이라는 글자가 새겨 있었다. 그후로 나는 그녀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벌서 한 달이 지나 있었던 것이다.
"여행은 즐거우셨어요?"
간호사가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노무라 씨는 체중과 혈압을 쟀다.
"호텔에서 주무셨어요? 아니면 여관?"
내가 물었다.
"아니요, 조금 큰 왜건차를 샀어요. 시트를 뒬 젖히면 두 사람이 넉넉히 누워서 잘 수 있지요. 현지의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봐서 요리도 해먹고 온천지에 가서 온천도 하고 그렇게 지냈어요."
나는 다시 "온천 입장료는 얼마였어요?"하고 물었다.
"200엔요."
"싸네. 기노사키 온천보다."
"며칠 묵었어요?"
이번에는 간호사가 물었다.
"6박 7일."
"와, 부러워라!"
"그렇지요. 하지만 출발 직전에 뼈로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남편한테는 아직 비밀이에요. 여행 다녀와서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뭘 보더라도 마음이 무거워서 마냥 좋지만은 않았어요."
"남편이 잘해주었나요?"
"네, 이것저것 자상하게 신경 써주어어요. 퇴직금으로 왜건차를 사서 여기도 가자, 저기도 가자 하면서 몹시 즐거워하는 눈치였어요."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는 전이로 보이는 음영이 왼쪽 폐에도 나타나 있었다. 그후 한 달이 지난 10월에 노무라 씨가 다시 진료실을 찾았다. 보기에는 큰 차도가 없어 보였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지난주부터 외과에서 모르핀을 맞고 있답니다. 올해를 넘길 수 있을지... 하지만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직도 조심하고 있답니다."
자녀로 2남 1녀를 두었는데 장녀에게만 사실을 털어놓은 상태라고 했다.
"남편한테도 만약을 위해서 이것저것 가르치고 있어요. 된장과 소금, 인스턴트 라면이 있는 장소와 속옷 넣어두는 곳 등을요. 혼자라도 불편하지 않게 더 가르쳐야죠. 딸에게도 만약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아무 문제 없도록 가르쳐 주고 있고요."
"달한테 무엇을 얘기해주나요?"
"남편한테는 말 못하는 것들이지요."
"통장이나 등기부 같은 것?"
"선생님, 그건 여러 가지가 있어요. 남들에게는 말 못할 여자끼리의 일이죠."
간호사가 옆에서 거든다.
"그후 왜건차는 어떻게 했나요?"
내가 다시 물어다.
"글쎄 그게 말이에요. 남편이 시코쿠를 한 바퀴 돌자는 거예요. 가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지요."
되도록 신경을 덜 쓰게 하려고 처신하는 노무라 씨와 그 사실조차 모르는 남편과의 여행이 잠시 동안이라도 지속될 수 있기를 나는 바랄 따름이었다. (p.172~176)
저마다 그 느낌이 다르게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록

댓글 4
오늘 퇴근할때는 책 한 권을 주문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담에는 꼭 제가 읽은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그 책이 또 이 글을 통해 다시 떠올려지는 걸 보니 좋은 생각들과 좋은 책들은 어쩌면 같은 세상에서 서로 실처럼 연결되어 있나 봅니다.저 자신도 잘모르게 기억 속에서 숨어 있다가 하나씩 둘씩 떠오르는 걸 보면 말이죠.
좋은 사람들도 그런 거겠지요. 우연챦게 떠오른 이름들은 좋은 기억을 불러내어 주고 연이어 어느 노트엔가 끄적거렸을 내 마음도 슬며시 바랜 색으로 환기되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모리와 함께 하는 화요일'은 지혜로운 늙어감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느냐하는 깨달음을 주었던 책이기도 합니다.스승과 노인들을 외면하는 사회는 그런 점에서 참으로 불행한 사회입니다.
각설하고 다음은 제가 넘 좋아하는 모리 선생님의 말, 참 멋진 선생님이죠?
"마음 속에서 우러 나오는 일들을 하라구 그
런 일들을 하게되면 절대 실망하지 않아. 질투심이 생기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지도 않게 되지.오히려 그들에게
베풂으로써 나에게 되돌아 오는 것들에 압도당할거야."
오랜만에 찾아 온 말썽꾸러기 정시민이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몇 일 전엔가 오랜만에 댓글을 쓰셨길래 반가운 체(?)하며 답글을 달았더니만, 어느 순간엔가 지워버리셨더군요.
위 글 또한 지워버리시진 않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