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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목 (2009-09-02 15:02:19, Hit : 6574, Vote :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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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아이 마음 읽기가 너무 힘들어요
오늘은 제 얘기를 좀 할까 합니다.

부모2.0 사이트를 통해 매일 게시판 상담을 합니다.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과정은 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참 힘이 듭니다. 그래서 올라오는 질문 하나 하나가 힘겹고, 답변하는 제 마음도 아플 때가 많습니다. 특히 아이를 망쳐놓았다는 자책성 글이 올라오면 게시판이 아니라 당장 찾아가서 면담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제가 자책감이 듭니다. 게시판의 몇 줄 글로 무엇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과연 나의 글이 저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반면 짜증날 때도 많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가 있을 뿐 나쁜 아이는 없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정작 그러한 행동을 일으킨 원인이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그간 행동에 대한 반성은 없이 오로지 어떻게 버릇을 고쳐줄까를 묻는데, 이럴 때는 정말 찾아가서 따지고 싶습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강연과 상담에 할애합니다. 현장에서의 상담도 있고 게시판 상담도 있습니다. 거의 매일이 이러하다보니 가끔 지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법륜 스님의 말을 상기합니다.

상담을 전공하여 청소년 상담을 하는 분이 계셨는데 그 일이 너무 힘들더라는 겁니다. 폭력적인 부모, 성격 장애를 가진 부모와 아이와 얘기를 하다보면 너무 버겁다는 겁니다. 집으로 돌아와도 쉬는 것 같지 않다는 겁니다. 어떨 때는 상담 전화가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데, 그럴 때는 자책감이 든다고 합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저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그런 고민을 가진 분에게 법륜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심리적으로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힘든 이유는 뭘까요? 내가 이 문제를 풀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안 풀어지니까 부담스러운 거예요."

스님이 아시는 의사의 예를 들며 설명을 계속 하셨습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의사 선생님이 계신데, 늘 환자를 만날 때마다 심리적 압박을 받았습니다. 환자를 치료할 때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부담이 많았는데, 법문을 듣고 나서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내 일이고, 낫고 안 낫는 것은 그의 일이다. 또 안 나았다고 누가 항의한다 하더라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아는 기술로 좀 도와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그분은 오히려 더 훌륭한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한테 와서 상담하는 사람을 다 고쳐 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상담 못 하지요. 왜냐하면 상담하러 오신 분들이 제 말을 듣기보다는 자기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저부터도 남의 말을 잘 안 들으니, 제가 생각해봐도 남이 제 말 안 듣는 건 너무 당연하다 싶어요. 그래서 듣고 안 듣고는 그 사람의 문제고,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는 것도 그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물어왔기 때문에 저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사람이 와서 무엇을 물어도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다 아는 것도 아니니 제가 아는 만큼,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됩니다."

이 말씀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지고 상담하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오늘도 마음을 다해 내가 아는 것을 말씀 드리리라 마음을 먹습니다.

오늘은 한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감정 읽어주기, 너무 가식적인 것 같아요

부모교육이 뭐냐고 누가 물으면, 저는 '감정은 받아주고 행동은 고쳐주라'는 말로 요약합니다. 제가 강연 때 가장 강조하는 말입니다. 학습상담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서는 자녀를 제대로 지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이렇게 해보지 않은 분들은 어색하다못해 스스로를 가식적이라 느끼기도 합니다. 오늘 부모2.0 공습클럽 상담코너에 비슷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화가 나지만 그래도 감정을 읽어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것을 말하려니, 너무 가식적이라 느껴진다는 겁니다. 참다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럴수록 아이는 점점 주눅이 들어가고 엄마의 마음은 지쳐만 갑니다.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경상도 사람입니다. 서울에 살지만 출신이 그러하다는 겁니다. 모든 경상도 사람이 그러하지는 않지만, 아버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남자들이 무뚝뚝했고 말이 짧았습니다. 서울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억양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말이 격하지 않아 듣기 편했고 친절했습니다. 물론 이런 느낌은 여자에 한해서입니다. 같은 남자들끼리 그런 말을 쓰는 걸 들으면, 반사적으로 몸이 움추러들고 간지러움을 느꼈습니다. 아마 경상도 남자들이라면 어떤 느낌인지 알 겁니다. 도무지 낯뜨거워 듣기도 말하기도 민망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듣는 건 괜찮아졌는데 역시 말하는 것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거의 20년 동안 익숙한 언어를 버리고 새로운 말을 사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사투리를 표준어로 고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치기 위해 참 많이 노력했습니다. 이유는 하나, 사투리로 이야기를 할 때 뭔가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기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제 말이 참 웃기나 봅니다. 노력해서 바꿨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참 많이 노력했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책을 소리 내어 읽고, 친구의 말을 정말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잠시 국적 불명의 이상한 언어를 하는 과도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아직 억양이 조금 남아있기는 하지만, 대개의 경우 저의 출신이 경상도인지 잘 모를 정도로 사투리는 제거되었습니다. 사투리로 인해 대화에 장애가 생기거나 선입견이 생기는 것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억양을 바꾸는 것조차 이처럼 쉽지 않은데, 마음을 바꾸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껍데기를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그 본질을 바꾸려니 얼마나 힘이 들까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바꾸어야 합니다. 서울에 가면 서울말을 쓰는 것이 좋고, 경상도에 가면 경상도 말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얘기가 잘됩니다. 아이와의 대화는 듣기-말하기-대안찾기 순서입니다. 이게 최상의 방법입니다. 이 3단계 대화법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근본적인 대화방법입니다. 토머스 고든의 <부모역할훈련>, 존 가트맨의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등 부모교육의 고전이라 할 만한 책에서 한결같이 얘기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경청> 등 자기계발서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경청과 감정 읽어주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하기 때문입니다. 쉬웠다면 이렇게까지 얘기할 필요도 없고, 책도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얘기할 때보다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 때 더 많은 에너지 소비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그러나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런 방식을 가슴으로 받아들여 실천을 하면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알지만 실천하기 힘들다는 것, 누구나 그렇게 느낍니다. 실천에 옮기고 옮기지 않고는 자신의 선택입니다. 그 선택이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습니다.


왜 실천하기 어려울까요? 그건 대화의 기술을 바꾸기 이전에 자신의 '마음'을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청하고 마음을 읽을 여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아이의 마음과 행동을 부모가 원하는 대로 고치려고 노력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는 겁니다. 감정 읽어주기는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좋은 행동을 할 때만 좋아하지 마시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아이의 두뇌는 이미 유아기 때 급속하게 자라지만 20살이 될 때까지 계속 자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바로 두뇌의 가장 앞부분이자 두뇌의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전두엽입니다. 이 전두엽은 계획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합니다. 오직 인간에게만 발달되어 있으며, 이 부위가 덜 발달될수록 충동적이고 본능적으로 행동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이들이 어리다고 느껴지는 건 아직 이 부위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약속을 하고도 잘 지키지 못하고, 하기 싫은 일은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해서라도 모면하려 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그러한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본능 대로 움직이지 않고, 생각하고 계획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은,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키워집니다. 부모가 가르쳐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니라 바로 이런 능력입니다.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읽어주지 않았을 때,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답답해할수록 아이 역시 엄마와의 관계가 답답합니다. 부모가 하는 말에 담긴 숨은 뜻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탓에 지시하는 말이 아니면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말귀를 못알아 듣는다고들 합니다. 이제 조금 더 나이가 들면서 아이는 엄마의 지시하는 말조차 거부하게 될 것입니다. 엄마는 화가 나고 아이는 무기력해지는 경험이 매일 반복되면서 엄마도 아이도 지칩니다. 공부에 대한 기억은 오로지 부정적으로만 남게 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실천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읽기 위해 노력하다가 생기는 문제는 저 역시 충분히 고민하여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자체를 하지 않고서 아이의 행동을 고치겠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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