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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목  (2009-09-19 16:07:22, Hit : 4842, Vote :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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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기타] 너무 힘들어요 - 아이와 가정에 대한 상담
많이 바쁘실텐데.. 정말 어디 털어 놓을 곳이 없어 소장님을 찾았습니다.
제목 그대로에 대한 질문입니다.
지금 저희집 형편을 말씀드리면,

8살 초등1학년 남자아이에 저희 부부 거주하고 있고 저희 직업은 24시 편의점을 운영합니다.
아침 학교 보내고 나서 9시부터 남편 나올때까지는 제가 보고 있고요 편의점을 그 후로는 다음날 제가 나올때까지는 저희 신랑을 가게를 봅니다.
물론 신랑이 나오는 시간을 정확하지가 않고 대중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인 12시 30분에 하교를 하면 집에와서 1시간 30분 가량 있다 2시경에 공부방엘 갑니다. 혼자서 갑니다.
1시간 공부하면 3시 30분 끝나면 밖에서 놀다 5시경에 태권도장에 갑니다.
태권도 끝나면 6시 30분.
조금씩 공부방이나 태권도장을 일찍 가서 거기서 시간을 보내곤 하죠.
집에서는 아빠가 잠을 자고 있으니깐요.

저희 아이. 집에오면 연락하는걸 깜빡 합니다. 공부방 갔다와서도 집에도 들어오지도 않고 그냥 밖에서 공부방에서 2학년 형들과 같이 끝나면 거기서 놀다 도장으로 가는 날이 많고요.
아마 집에 오면 반겨주는 이 없고 그러다 보니 자꾸 밖으로만 도는 듯 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신랑은 한마디 하죠.
밖으로만 돈다고/...
그런데 아이입장은 생각 안 하는 거죠.
신랑이 피곤한줄은 아는데 늦어도 6시까지는 교댈 해주면 좋겠는데....
저희 아이 편의점하는거 정말 싫대요.
그런데 생계를 위해선 안 할수 없죠?

그렇다고 장사도 잘되는 것도 아니예요.
그러다 보니 서로 많이 지쳐있고 많이 다툽니다. 물론 아이앞에선 잘 안하죠
서로 교대하면서 많이 그러죠.

저 이혼까지도 생각해봤어요.
한참 손가야 할 시기에 아이는 아이대로 저는 저대로 신랑은 신랑대로.
정말 뭐하면서 사는가 싶어요.

아이랑 저랑 둘이서 경기권ㅇ로 가서 제가 직장하면서 아일 키울까도 생각해봤어요.
직장생활하면 ㄱ래도 어느정도 시간이 정해져있잖아요.
글구 기본생활도 너무 지금은 안돼서 힘들기도 하고요.

아이도 너무 산만하고 학교에서도 선생님께 지적도 많이 듣고..
애들하고 노는거 어떨때 보면 말도 함부로 하고..
정말 친한 친구도 없는거 같고.. 본인 말도 없데요.

모든게 너무 복잡하고 힘듭니다.
신랑은 애 보면 주말에 보면 공부해라 책읽어라 하고..
아이가 아빨 넘 무서워 해요. 물론 저도 그렇치만요..
우리 아일 생각하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어요.
아이앞에서도 많이 울었답니다.

지금 상태로라면 우리 아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요?
소장님의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지도 경험으로서 속 시원한 답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답변] 손병목 | 학부모 포털 부모2.0 대표 www.bumo2.com

참으로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습니다. 과연 제가 이런 상담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만 제게 들어온 질문이니 제 생각은 말씀 드려야겠죠. 저의 짧은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될른지 모르겠지만, 감히 저의 생각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남편과 편의점을 운영하며 2교대로 일을 하다보니 육체적으로도 어려움이 있고, 서로 맞교대하며 일만 하다보니 정서적인 교감도 상당히 멀어진 상태입니다. 가게가 잘 안 되다보니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있고, 아이의 교육에도 거의 손을 쓰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 힘들고 답답하여 이혼까지도 생각했으나 딱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밖으로만 도는 것 같아 그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수록 가장인 남편이 중심을 잡고 가족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해줬으면 좋으련만, 처자식 속마음을 모른 채 함부로 대하니, 대들고 싶어도 감히 무서워서 어찌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내가 살아가는 모습,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아이 앞에서조차 눈물이 나는 것을 멈출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는 우리 아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묻고 있습니다. 역시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역시 피해자이지만, 그래서 다른 누구보다 어머니의 상처부터 치유해야 하는데 아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 더 아픕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가해자가 없습니다. 남편도, 어머니도, 우리 아이도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피해자들입니다. 행복하기 위해 결혼했고, 행복하기 위해 아이를 낳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이 구속이 되어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여 결혼하고 애를 낳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서로가 좋아 결혼했고, 서로가 사랑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그로 인해 모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요? 아무리 살펴봐도 가해자는 없습니다. 함께 있다는 이유로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혼까지 생각한 그 남편도 원래는 이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랬으니 결혼을 했겠죠.

지금 상황에서 아무리 어렵다고 한들 밥은 먹고 살고 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 아이와 단 둘이 떠나버릴까 고민하는 걸 보면 남편이 없더라도 먹고 살 수는 있다는 믿음이 있나 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절대적 빈곤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의 문제입니다.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운 아내, 아내와 자식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부모로부터 아낌 없는 애정을 받지 못하는 아이의 문제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애정이 결핍된 상태에서 생긴 문제입니다.

비록 경제적 어려움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킨 면이 있지만, 이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의 정만큼은 탄탄한 가족이 있고, 부러울 것 없는 부를 누리지만 이보다 심한 문제를 안고 있는 가정이 있습니다. 상황을 탓한들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무엇을 바꿔야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냉철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중 단 한 사람이라도 굳건해야 합니다. 지금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학력 신장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입니다. 아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머니밖에 없겠죠. 아버지를 무서워한다니까요. 어머니가 굳게 서야 합니다. 최선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한 인간이 굳건히 선다는 것은, 뭔가 희망이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사람은 현재를 사는 것 같지만 실은 미래를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현재가 풍요로와도 미래가 불안하면 현재가 불안합니다. 반면 아무리 현재의 상황이 어려워도 미래가 보이면 현재의 삶이 밝습니다. 희망이 없으면 넘쳐도 부족하고, 희망이 있으면 부족해도 마음은 넘칩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 전에 '나'로서 굳건히 서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법도 없습니다. 남편을 버리고 아이와 둘이 떠난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정말 이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떠날 때 떠나더라도 마음수양은 먼저 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떠나더라도 괴로움이 없습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비포장 도로입니다. 나만 그 길을 걷는 것 같지만 둘러보면 그런 사람들 참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길이 있어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으로써 길이 생기는 것이라구요. 그 말을 전 믿습니다.

지금부터 회원님만의 길을 만드는 겁니다. 아무리 책을 뒤적거려봐도 회원님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나와있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편의점 하는 부부의 가정과 아이에 대한 고민의 답은 없습니다. 인생은 출발부터 모두 다르고 그 과정도 모두 다릅니다. 누구는 맨발로 피 흘리면서 자갈밭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그 옆으로 최고급 승용차가 킬킬거리면서 지나갑니다.

억울한가요? 어쩌겠습니까, 인생이 원래 그런 것 아닌가요? 세상은 원래부터 그렇게 생겨먹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탓해서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고 싶은 의지가 있어 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면, 그 누구의 탓도 하지 말고, 그저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이 아무리 불공평해도 사람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힘이 있습니다. 가진 게 오로지 돈밖에 없는 인간도 괴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가진 게 오로지 빚밖에 없는 인간도 굳건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족간의 사랑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이 없는 사이에 사랑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누구 하나라도 적극적으로 사랑해야 하는 것이고, 희망이 없을 때 희망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희망을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 상황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저의 말을 믿으세요. 이 상황은 충분히 바뀔 수 있고, 그것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한다고. 내가 바뀌어 아이의 마음에 애정을 느끼게 하고, 내가 바뀌어 남편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책 몇 권 보내드리겠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조금씩 날때마다 짬짬이 보시기 바랍니다. 장사가 그리 잘 되는 편이 아니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좋은 인생 공부 할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세요. 그 누구를 위한 공부도 아닌 나와 나의 가족을 위한 공부입니다.

홀로 흐느끼는 대신 마음 공부하시고,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여주는 대신 사랑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조금 다스려지면, 아이에게 한없이 나약한 엄마의 동정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전해줄 수 있다면, 그때 다시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땐 아이의 공부 문제에 대해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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