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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목  (2009-09-15 09:20:29, Hit : 7485, Vote :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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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초3] 아직도 한글 철자가 자꾸 틀리는 아이
초3입니다
초1때 한글 완전히 떼지 못하고 학교에 갔어요
매일 받아쓰기 보는 시험은 아이나 저나 혹독한 시간이었어요
받아쓰기 준비한 것은 그럭저럭 봐왔어요
일기나 자기생각을 쓰는 서술형문제를 풀때 소리나는 대로 써요
진짜 전 확 돌 정도로 욱합니다
이때 저도 감정이 계속 폭발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를 때리죠
저도 참 못됐어요
그런데 제 생각은 초3이면 한글은 틀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너무 많거든요
제가 한글책 읽기에 쏟는 정성도 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 이아이가 넘 미워지는 거예요 한숨만 나오고 '돌머리를 낳아 놓았나"하는 처절한 생각도 한답니다
아이 책도 잘읽어요
제가 도서관에서 책도 많이 빌려오고 같이도 많이 가구요
잠잘때 꼭 책 읽어주구요
아이가 책내용을 잘 이해했나라는 생각에 독서인증도 하고 있어요
책을 항상 가까이 하는데 일기를 쓸때 건성으로 쓰는 거예요
" 영어가 지짜 재밌다. 책을 일었다"
오늘 저 일기 쓴거 보고 또 욱했어요
고치라고 하면 다 맞게 잘써요
다른 것은 참을 수 있는데 저 한글 글자 틀리면 진짜 미칩니다
어떻게 해야 돼나요


[답변] 손병목 | 학부모 포털 부모2.0 대표 www.bumo2.com

마음이 많이 답답하시겠습니다.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아직도 소리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제가 좀 심한 말을 하더라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제 강연회를 들으셨으니 이해하시리라 믿고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한글 쓰기를 제대로 못하는 아이를 보면 화가 많이 나나요? 왜 그렇게 화가 나나요? 다른 아이만 못해서? 아니면 우리 아이가 돌머리라서? 3학년이라면 당연히 쓸 줄 알아야 되는데 못써서?

아이의 태도가 기분 나쁜 건가요? 아이의 현재 실력이 못마땅한 건가요? 아니면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너는 그 모양이니, 그래서 화가 나는 건가요?

연애를 하다보면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방의 사랑이 약하다 느끼면 헤어집니다. 그러면 됩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부모 자식 관계가 어디 그런가요? 거기에는 '조건'이 낄 여지가 없습니다. 내 맘대로 안 되면 버릴 건가요? 한없이 미워할 건가요?

공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타인이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부모는 그저 도와줄 수 있을 뿐 결코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정작 공부는 아이가 하는데 엄마 마음만 괴로워지는 꼴이 욉니다.

제가 강연 때 그런 말씀 드린 적 있습니다. 사고력은 체력과 마찬가지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고. 체력이 약한 아이는 안쓰럽게 바라보면서 사고력 떨어지는 아이에게는 도리어 화를 낸다고. 사실은 체력이나 사고력이나 단련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라고.

초3이면 한글을 틀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아이를 미워하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 보시기 바랍니다. 엄마의 생각이 눈앞의 아이보다 우선하는 건가요? 이건 철학적인 질문이 아닙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마다 틀려서 엄마에게 혼난 경험이 있는 아이가 수학을 좋아할까요? 중고등학교에 가서 과연 수학을 스스로 할 힘이 있을까요?

일기를 쓸 때마다 엄마에게 혼나는 아이가 과연 글쓰기를 좋아할 수 있을까요? 아이는 다만 다른 아이보다 조금 느릴 뿐입니다. 꾸준히 지도한다면 충분히 한글을 깨치고 쓰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다른 아이보다 느릴 뿐입니다. 쓰기 장애도 학습 장애의 일종입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쓰기 장애라 진단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저 아직 깨치지 못했을 뿐입니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쓰면서 차차 익혀나갈 수 있을 겁니다 .충분히.

일기는 아이의 마음을 기록하는 곳입니다. 하루를 되돌아보고 느낌을 기록하는 곳입니다. 그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글자 틀려도 그냥 웃으며 지도해 주세요. "소리나는 대로 썼구나. 그런데 한글은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게 원칙이지만 원래 철자를 그대로 써야하거든. 이 글자는 틀린 것 같은데, 어떻게 쓰면 좋을까?" 이렇게 하시기가 정말 힘든가요?

물론 충분히 이해합니다. 욱하는 마음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내 맘처럼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때마다 얼굴 표정 변하고 소리 지르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허구헌날 술마시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스트레스 받으면 술 마시는 것,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그런 식으로 풀 때 그 사람은 결코 발전이 없을 겁니다. 몸만 망가질 뿐.

화는 술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아이는 무기력해지고 엄마는 수명이 단축되는...

매일 반복되는 것이라면, 그래서 매일 욱하고 화가 나는 것이라면, 그래서 더욱 화를 내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욱하고 화를 내봐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방법은 써서는 안 됩니다.

다른 건 참겠는데 한글 틀리는 건 못 참겠다. 그것 역시 엄마가 자의적으로 정한 규칙입니다. 거기에 스스로 속박되어 화가 나고 마음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아이가 책은 많이 읽는 편이라면서요. 그러면 얼마나 고맙습니까. 세계의 유명인사들 중에 읽기 장애를 가졌던 사람들 꽤 있습니다. 쓰기는 커녕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해 엄마의 속을 새까맣게 만든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자라면서 그것이 서서히 극복이 됩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그러한 능력이 조금 모자라거나 느릴 뿐입니다.

지금 유일한 방법은, 틀린 글자가 나오면 정정해주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정정한 글자를 다음에 혹시라도 제대로 쓰면 아낌없이 칭찬하시는 것, 이 정도가 엄마가 할 유일한 일입니다. 절대로 감정을 섞지 마시기 바랍니다. 엄마의 마음,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시다면, 지금과 같은 욱하는 마음으로는 한글 철자 문제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인식, 독서에 대한 인식, 그리고 엄마에 대한 인식 전반에 부정적 영향만 끼칠 뿐입니다.

힘드시겠지만, 화를 조절하시기 바랍니다. 꾸준히 책을 읽어주시고, 아이가 책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도록만 한다면, 다만 남들보다 느리긴 하지만, 한글을 쓰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한글 철자 틀리는 것으로 인해 한글과 연관된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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