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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목  (2009-10-14 20:19:42, Hit : 56282, Vote :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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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2] 연필을 바르게 잡지 않아요
7살, 초2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아이들이 연필을 바르게 잡지 않아 지적도 해보고 야단도 쳐 보았는데 그때만 잠시 일뿐 어느 순간 또 제 자리네요.
시중에서 파는 연필 잡는 도구도 이용해 보았는데 불편하다고 사용을 안 합니다.
바르게 잡지 않아도 글씨 쓰는데 별 어려움이 없으면 그냥 나둬야 할지...
그런데 길게 문장을 쓰게 될때 글씨 모양이 영~ 아니네요..
고쳐 주고 싶은데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야 할까요?


[답변] 손병목 | 학부모 포털 부모2.0 대표 www.bumo2.com

답변이 많이 늦었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답변이 늦어져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병에도 급성과 만성이 있습니다. 대체로 급성은 고치기가 수월합니다. 완치가 가능합니다. 반면 만성은 치료가 불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완치는 불가하더라도 증상의 완화가 주된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습관은 만성질환이라 보면 됩니다. 그러나 습관에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직 습관이 형성되지 아니한 것이고, 또 하나는 이미 다른 습관으로 굳어진 경우입니다. 연필 잡는 것을 예로 들자면, 아직 연필을 사용하여 글씨를 많이 써보지 않은 경우와 이미 연필로 많은 양의 글을 써본 경우입니다. 두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아직 연필을 사용하여 본격적인 글쓰기가 진행되지 않아 '서툰' 경우와 이미 좋지 않은 '습관'으로 굳어진 경우를 구분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경우인가요? 초등학교 2학년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제대로 연필 잡는 습관이 제대로 안 잡혔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7살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잘못된 습관으로 굳어져 고치기 매우 힘들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 판단에 따라 부모의 노력 정도가 달라집니다. 어떻게 판단하실지 어머니께서 정하셔야 합니다.

또한 연필 잡는 습관이 아이의 일생에 어느 만큼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하다 판단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고치려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조금 노력하다가 아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둘 것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어떻게 판단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고치려 선택하셨다면, 무얼 하나 고치려 노력한다면, 다른 어떤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종종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하나를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필을 제대로 잡는 습관을 잡도록 노력하기로 선택하셨다면, 몇 가지는 당분간 버리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어르고 달랬는데도 잘 안 된다면, 역시 앞으로도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 짧지 않은 시간을 어머니께서 계속 노력하셔서 아이의 습관을 잡아 주어야 합니다. 일단 연필을 잘못 잡았다고 화를 내서는 안 됩니다. 그건 버리셔야 합니다. 엄마가 보는 동안 제대로 잡는 척하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더라도 화를 내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의지력에 대해 의심하거나 비난해서도 안 됩니다. 노력할 때 격려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 그 고통을 읽어주고 다시 도전하도록 격력해주셔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매번 원상태로 돌아오는 아이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면, 결국은 공부 자체가 싫어지고 '글쓰기' 자체가 싫어집니다. 되도록이면 연필로 하는 그 무엇도 하지 않으려 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필 바로 잡는 습관을 잡으려다 더 큰 것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연필로 글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라고 해서 모두 공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마다 공부하는 방법이 매우 다른데, 어떤 아이는 글씨를 바르게 쓰지 못해, 쓰지 않고 공부하는 것에 익숙한 아이가 있습니다. 전국 최상위권 아이 중에도 그런 아이가 있습니다. 쓰는 대신 머릿속에서 이해하고, 쓰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암기하는 법을 터득합니다. 따라서 연필을 제대로 잡지 못해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쓰지 않고도 공부하는 방법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글쓰기를 좋아해서 공부 잘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따라서 글씨를 예쁘게 잘 쓴다는 것은 하나의 장점이 될 수는 있습니다. 부모 마음은 똑 같아서, 기왕이면 잘 쓰는 것이 좋겠지요.

어머니께서는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아무 선택도 하지 않고 마음만 불안해서는 안 됩니다. 이 기회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잡겠다고 결정하시든, 사는 데 조금 불편할 뿐 큰 장애는 아니니까 옆에서 조금 조언은 할지언정 굳이 바로잡지 않겠다고 결정하시든,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결정하시고, 그 결정에 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늘 아이의 글 쓰기가 불안하고, 그 불안함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필 잡는 법을 교정하는 데 별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닙니다. 몇 가지 보조 도구가 나와 있고, 글씨 쓰기를 교정하는 학원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느리더라도 기다려주는 것, 잘 안 써져서 속 상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격려하는 것, 결국 이런 식의 지속적 노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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